최근에 우리기관의 청소년들과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다. 제주도를 찾은 이유는 4.3사건을 중심으로 청소년 인권과 안전이란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였다. 제주 4.3사건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슴 아픈 사건 중 대표적인 사례이다.

제주 4.3사건은 약 7년 7개월의 기간 동안 제주도 인구의 약 10분의 1인 3만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1948년 4월 3일 경찰지서가 습격당하고 벌어진 사건은 이후 1954년 한라산이 개방될 때 까지 살육이 지속되었다.

이후에도 4.3사건은 사람들에게 금기시 되었던 사건으로 도서나 말로 누구도 증언할 수 없었다. 50년이 지나고 나서야 2000년 4.3 특별법이 제정되고 2003년 10월 15일 진상보고서가 확정되었다.

확정되고 난 직후 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를 하였다. 4.3기념관 영상실에서 50년 동안 아무런 말도 못한 제주도의 도민들이 대통령의 사과에 눈물 흘리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렸다.

역사의 아픔만큼 깊이 패인 주름살의 어른들을 보면서 인간의 영혼에는 나이가 없음을 새삼 절감했다. 늦었지만 너무나 늦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영혼이 숨을 쉬고 그들의 생명력이 살아날 수 있도록 이렇게라도 해결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날 청소년들이 내가 생각하는 청소년인권이란 주제로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여러가지 의견이 나왔으나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인권은 분명했다. 그것은 자신들도 말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구성원의 최소한의 권리인 말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물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생명현상이다. 동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식물들에게도 그들의 언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이 낫을 들고 산을 올라가면 만나는 나무들의 파동이 평상시에 만나는 나무들이 내는 파동과 다르다고 한다.

돌고래도 초음파로서 자신들의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일단 말하면 절반은 해결 된 것이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문제는 말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구조와 환경을 조성하는 가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시점이다. 말해야 할 때 말하지 못하고 이런 저런 상황과 명료하지 못한 인식 때문에 지나칠 때가 있다. 이런 것을 어떻게 다시 그 자리에 되돌릴 수 있는가이다.

제주도 4.3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대통령의 말을 듣고 흐느끼는 도민들의 눈물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생명을 살리는 데에는 시간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언젠가는 말해야 하고 나중에라도 그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맺힌 것은 언젠가는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잘 맞고 시의적절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그렇게 살아가기가 불가능하다. 그때는 맞았는데 지금은 틀린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때 지금 알고 있던 것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다짐해 보는 것은 늘 깨어있고 알아차려서 지나친 것은 돌아보는 힘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이지만 사과 할 것은 사과하고 그들이 듣고 싶은 것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생명이 살아나는 데에는 시간표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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