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들판에는 거듬이가 한참이다. 잘 자란 농작물을 수확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빠지는 계절이다.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이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한해의 남은 시간도 이제 두 달 여정도 벌써부터 한 해의 마무리를 알리는 인사가 오곤 한다.

하고 싶은 일들을 이제 더 가지 말고 마무리할 시간인가보다. 더 나가고 싶어도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야 하는 자연의 이치 앞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주변엔 결혼 청첩장도 많이 온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결혼식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사귐의 마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새로운 시작과 마무리는 함께 하기 마련이다. 꼭 하고 싶은 일 앞에서도 손도 대어보지 못하고 물려야 하는 일도 많다. 자전거로 달리는 길에는 막힘이 없다. 막히면 돌아가면 되고 못 가는 길은 자전거를 들어서도 가면 된다. 달리기에 제한이 없는 자전거 라이딩은 어제나 즐겁다. 혼자서 달리는 길은 서다 가고 가다 서고 마음 가는 대로 달리면 된다.

넘어지지 않고 서만 있으면 페달을 밟는 대로 달린다. 이 시간 만큼은 다른 걸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아니 다른 걸 생각하면 안 된다. 그랬다간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준비하는 것도 버거울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집을 나서서 달리면 모든 건 뒤로 간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머뭇거리면 나서지 못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에 시작하지도 못 하는 일이 많다. 생각하면 할수록 복잡해지는 일들은 결국 고민거리로 다가오고 만다. 마음 가는 대로 할 일들이 많을 수도 있고 때론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행복한 건 할 일이 있을 때가 좋다. 나이가 들어가면 온갖 생각이 복잡해질 수도 있고 또한 환경이 마음을 묶을 수도 있다.

그러다 하고픈 게 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는 사람도 더러는 있는 거 같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생각으로 가벼운 출발 이런 게 운동으로 이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을 벗어나 앞으로 가는 거에만 전념하다 보면 어느새 저만치 가버린 여정들 그러면서 돌아보는 즐거움도 잠시 또 앞으로 옆으로 간다.

생각을 많이 하다 보면 진도가 전혀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금방 자리에 앉아서도 이것저것 하다 보면 원래 해야 하는 일이 무언지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은 거 같다. 가을이 가고 있다. 계절의 변화 앞에 또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한다. 마무리하기엔 아쉽고 가기엔 남은 시간이 없고 올 한해도 이렇게 마무리하기엔 마음이 벌써부터 저려온다.

그래도 달려가는 자전거만큼이나 그냥 달려야 한다. 너무 복잡한 생각은 나를 자꾸 옭아멘다. 복잡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과 생각으로 시작한다. 어디가 종착점인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가는 만큼만 가자. 많이 가려는 욕심도 자신을 힘들게 할 뿐이다.

너무 많이 달리다 보면 목도 마르고 힘도 들지만 이미 생각은 가벼워져 있다. 적어도 바람 소리를 듣고, 물소리를 듣고, 새소리를 들을 만큼 가볍고 맑아진 마음, 거친 호흡, 땀 범벅 이마에 맺힌 땀을 닦을 쯤 이면 달려온 거리도 꾀 된다.

그래도 힘들지 않다, 오히려 기분은 맑아지고 몸은 가볍다. 이런 거 때문에 운동을 하는구나 싶다. 특히 자전거로 달리는 길은 페달을 끊임없이 밟아야 하고 주변 환경은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으로 바뀌어 간다. 자전거 라이딩은 이런 재미로 달리는 거 같다. 좀 있으면 추워진다.

추위에 달리려면 지금부터 또 달려야 한다. 추운 겨울에 갑자기 달리면 감기에 그대로 걸리기도 한다. 지금부터 꾸준히 달리면 아무리 추워져도 복장만 제대로 갖추면 별문제가 없는 거 같다. 자전거로 달리기에 제일 좋은 때는 바로 지금 인거 같다. 혼자서도 달리고 같이도 달리고 자전거로 라이딩을 시작해보는 것도 이 아름다운 시월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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