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오뜰에는 황금벌판이 농부들의 탈곡하는 일로 바쁘다. 벼는 익을 대로 익어 고개를 숙이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태풍으로 쓰러진 벼는 다시 세울 손길이 모자라 쓰러진 채로 수확을 해야만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자전거로 달리며 가을의 변해가는 모습은 자전거속도만큼이나 빠르다. 무더위를 참으며 지내기 바쁘게 성큼 다가온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제법 쌀쌀한 날씨가 벌써 한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난히 일들이 많은 올해는 시간도 빨리 간다, 자전거로 달리면서 달아진 바퀴만큼 세월도 쌓여간다.

크랭크를 돌리는 소리도 ‘따각따각’ 커져만 가고 어느덧 달리는 자전거도 힘에 겨운가 보다, 자전거수리점에 들려 간단하게 수리를 하고 나니 소리 없이 잘도 달린다. 한 자전거를 너무 오래 탄다고 바꾸라는 사람도 많은데 내겐 그래도 제일 맞는 소중한 추억이 쌓인 보물이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 달리는 자전거는 운동이 부족한 나에게 딱이다. 달리고 보고 만나고 하다 보면 지역구를 다니기에 이만한 것도 없다, 자전거를 달리던 길 주변도 들어선 아파트에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송산을 향해 건널 수 있는 다리도 두 개나 된다, 자전거코스로는 수변공원을 따라 반대편으로 달리는 길도 괜찮은 거 같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늘어지는 코스가 익숙해져 간다. 잠시의 쉼도 없이 달려가는 세월 속에 잠시의 쉼을 주는 아지트 그곳이 어디든 가쁜 숨을 쉬면서 한 모금의 물로 목을 축이고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자연스레 보금자리를 만들고 지나온 여정을 풀어 놓는다.

조그맣게 만들어진 비를 피하기도 하고 바람을 피하기도 하는 아지트 늘 다니다 보면 익숙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왜 가야되는 지도 없다, 그저 달리다 잠시 쉬면서 쉼이 충전되면 또 달린다. 그러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도 늘어나고 어느새 같이 동행하게 되는 벗도 생긴다.

아지트에서 이래저래 만나게 되는 사람들로 남을 배려하는 깊은 마음과 언제랄 것도 없이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하면서 마음 편한 장소가 되어간다, 준비해온 간단한 먹거리도 이곳에선 최고의 음식이다.

자연스레 오가며 거쳐 가는 쉼터가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드는 사람들 동행도 아니면서 같이 쉬어가면서 마음 편한 아지트가 되어간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 마음 편한 시간을 가지고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곳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리면서도 혼자만의 여정이 잠시나마 즐거워지는 아지트 그곳에 쉽게 풀어놓을 수 있는 보따리 하나쯤은 있나 보다.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가 보다. 오늘도 누군가 있을지도 모를 그 아지트에 무언가 피어나는 이야기꽃에 나도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오는 사람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갖고 싶어 하는 아지트 쉬이 만나는 공간이라 부족한 게 많아도 그런대로 괜찮음은 서로가 챙겨다 놓은 이런저런 것들로 채워가는 맛도 있고 새로 오는 맛도 있고 마음 가는 대로 가고 오고 하면서 채워진 마음 버려지는 고민 이런 게 아지트의 역할인가보다. 아지트에 오지 못하는 사람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는 사람 마음 편히 달릴 수 없는 일들이 생겨 때로는 빠지고 그래도 함께 가는 길에 늘 그 자리에 있는 아지트 누구나 한 번쯤은 만들어 보고 싶은 자신만의 아지트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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