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빠져 주면 6대4 프로테이지 챙겨주겠다”브로커 식 발언 담겨
자유한국당 “공사 사장 사퇴 및 해당 간부는 즉각 해임하라” 촉구

안산시 산하 안산도시공사의 한 고위 간부가 공사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 계약 시 밀어주기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녹취록 안에는 심지어 계약 후 발생하는 이득 배분에 대한 지분까지 구체적으로 담겨져 있어 향후 안산도시공사 투명성에 상당한 흠집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녹음파일 안에는 안산도시공사 임원 A씨와 정수기 임대 계약과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 B씨가 나눈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녹음파일의 내용에는 도시공사 간부 A씨가 정수기 임대계약(직찰 방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당에 얼마나 기여도가 있으면, 제가 좀 정리해 주고 싶었다"며 "일단 우리 당에 충성도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 분들을 챙기려고 여기 들어온 거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이 들어있다.

설상가상 A씨는 녹음 파일에서 B씨에게 “들어와서 뽑기를 해야 하는데 그럴 필요 없이 뒤로 빠져 있고, 내가 평가해서 6대4 정도의 프로테이지(%)를 챙겨 주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B씨가 이를 거절하자 "그분들도 다 이해했다. 6대 4로 선정되면 4씩 8을 먹는 거다"라고도 했다.

즉, 사업에서 빠져주면 두 군데 입찰에서 선정 후 무언가를 챙겨주겠다는 의혹이 담긴 발언인 셈이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안산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 일동은 일제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14일, 자유한국당 소속 6명의 시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안산시 산하기관인 안산도시공사 간부의 이 같은 행태를 맹비난했다.

기자회견문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안산도시공사는 지방공기업으로서 특정정당의 소유물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안산도시공사 사장은 간부 직원관리에 소홀한 책임이 있다”며 “안산시는 산하기관의 이러한 작태를 묵과하지 말고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직원 관리를 못한 안산도시공사 사장은 사퇴하고, 일감을 놓고 정치적으로 악용한 간부를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김정택 부의장은 “안산도시공사 간부의 부적절한 발언은 사업 브로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발언으로 사소한 정수기 임대계약도 이렇게 투명하지 못한데 다른 큰 계약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안산시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산도시공사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11일 해명자료를 통해 “A본부장의 말처럼 ‘특정 정당의 활동 기여도와 충성도에 따라 일감을 챙겨주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 A본부장은 해당 시설들의 관리 책임자로서 관련 지역업체 관계자에게 새롭게 도입된 직찰제를 소개하고 참여 요령을 전화로 설명하던 중 본인과 상대 업체 관계자가 동일한 특정 정당에 소속돼 활동 중인 동료 당원인 것을 과신한 나머지 공사의 임원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는 “A본부장의 직찰제 관련 언행이 계약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공사 임원으로서의 품위를 훼손하고, 참여업체의 이해관계에 과도한 개입을 한 것인지 여부를 따져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안산도시공사는 올해 3월 전체 223대 중 74대 정수기를 통합 발주해 지역업체가 참여하는 조건의 직찰 방식으로 2곳의 임대 업체를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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