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돌파했고 지금은 3만 2천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인당 국민소득(GNI)이 2만 달러를 돌파한 지 12년 만에 드디어 3만 달러를 넘은 것이다. 수치상으로도 한국경제는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로 30-50 클럽에 진입함으로서 명실공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여전히 서민들의 삶은 고달프고 국민들은 소득이 나아졌다는 정부의 발표나 지표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무슨 문제일까? 여러 가지 진단과 처방이 있지만 우선 우리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즉 지난 십 수 년 동안 국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반대하는 소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도입되면서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커지고 양극화는 한층 더 심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사회는 이미 균형을 잃었다.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고 고용불안이 우리 사회를 뿌리 채 흔들고 있다. 여론화된 청년 실업도 큰 문제지만, 한평생 가족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 진 채, 힘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살아온 5,6,70대 장년, 노년들 - 이제 직장을 잃고 할 일이 없어 떠도는 이들이 주변에는 차고도 넘친다. 전 세대에 걸친 고용불안이 일반화되었다. 수십 년 동안 납세, 국방, 교육, 근로의 의무를 성실히 다 한 이들에게 지금 국가는 무엇인가?

이제 곧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다가 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듯이 ‘추석’은 우리들 마음의 고향이며 추억의 보따리이다. 오랜 만에 가족, 친지들이 만나 회포를 푸는 으뜸 명절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석조차도 불편한 이웃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내 안위와 가족들의 안녕을 돌보는 반의 반 만이라도 주변을 돌아보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십시일반 힘을 보태는 자성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난 7월 말에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새터민 모자가 ‘아사(餓死)’로 숨진 지 2개월 만에 발견되어 큰 충격을 안겼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 이 땅에 온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동시에 두 모자가 겪었을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절망감을 우리 사회와 우리들이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노출되었다.

안산도 예외가 아니다. 처처에 어려운 이웃들과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이 넘친다. 중앙 정부나 지자체가 다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모두가 십시일반 나서야 한다. 도전과 시련을 희망과 보람으로 만드는 일은 전적으로 우리들의 몫이다.

그 중의 하나가 ‘다문화’이다. 현재 안산에는 무려 108개국에서 온 8만 6천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 전체 시민의 12%가 넘는 숫자다. 다문화가정, 이주민, 그 속에 포함되는 외국인 노동자, 북한 출신인 새터민, 고려인, 재중, 재러 동포 등 이른바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들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숫자다. 그렇기 때문에 안산에서 ‘다문화’는 도전과 시련인 동시에 보물이며 축복이다.

안산시민들과 우리 지역사회가 어떻게 만들어 가야하는가에 달려 있다할 것이다.

전쟁이 없다고 다 평화로운 세상은 아니다. 평화로운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를 뜻한다. 정의가 없는 곳에는 평화도 설 자리가 없다. 정의는 공정하고 평등하고 균형 있는 사회에서 구현된다.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나쁜 경제’, 점점 더 신뢰를 잃어 가는 ‘나쁜 정치’ 그 속에는 정의가 없고 따라서 평화도 없다. 아무튼 이 번 추석은 소외된 이들 없이 더불어 함께 어울려 사는 평화로운 명절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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