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들꽃청소년세상 대표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직장과 학교와 가정에서 맺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존재하지요. 그 관계들은 종종 인간의 몸에 상처를 남깁니다. 미세먼지가 천식을 유발하고 석면이 폐를 망가트리는 것처럼 우리가 관계 속에서 겪는 차별과 같은 사회적 폭력 역시 병을 유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왜 누군가는 에어컨이 있는 시설로 갈 수 없었는지, 왜 누군가는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합니다.


개인의 수준의 원인을 지적할 뿐, 그 원인 배후에 있는 사회적 환경은 조사하지 않거나 언급하지 않았으니까요. 그것은 어떠한 정치, 경제적인 힘들이 특정개인을 폭염에 취약하게 만드는지, 그러한 사회구조는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공동체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질문할 때만 얻을 수 있는 답입니다.’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얼마 전 4년 전 우리기관에서 생활하다가 퇴소한 친구가 응급실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우나에서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고, 신원을 확인하던 중 우리기관을 알게 되어서 연락을 했다고 한다. 친구는 퇴소할 즈음 입사 하려는 회사 신체검사에서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았다. 결국 입사는 못하였다. 나는 퇴소 전 친구에게 세심한 주의와 관리를 꼭 하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강조했었다. 만성신부전증에 대해서는 아련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우리기관이 있는 와동에 살고 있었으며 간간히 소식을 듣고는 했다. 소식을 전하는 사람에게 친구의 신부전증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러나 항상 거기 까지였다. 중환자실로 하루 만에 옮기고 바로 투석에 들어갔다. 다음날 면회를 하였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사우나에서는 찜질방에 들어가자마자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사우나에 간 이유는 단지 따뜻한 곳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얼마 전부터 몸이 아파서 일은 쉬고 있었으며 약은 잘 챙겨 먹지 못했다고 했다. 순간 친구에게 핀잔하고 싶은 마음이 휙 지나갔다. 잘 챙겨 먹었어야지. 투석을 새로 해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에 바로 나왔다. 염려하지 말라는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울했고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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