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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조봉을 오르다
반월신문 | 승인 2019.07.16 16:44
박태희 수필가

바다 내음이 그리웠다. 물 한가운데 떠 있는 봉우리에 올라, 파도에 잠긴 섬들이 보고 싶어진 것이다.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주변을 배회하던 갈매기들이 유람선의 꽁무니를 따른다. 깊은 바다에 있어 ‘큰물섬’이라 불리는 덕적도를 향한 길이다. 산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섬이다.


요즘 섬 산행의 매력에 푹 빠졌다. 능선에 올라 인근 섬들을 내려다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능선을 걸으며 일상에 찌든 마음을 달래곤 한다. 덕적도는 가는 곳마다 소나무가 많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를 걷다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비조봉 오르는 길. 등산로가 아기자기하다. 가파르지 않고 평지 능선이라 걷기에 부담이 없다. 중간에 바위를 오르고 밧줄 구간도 있어 지루하지 않은 산행길이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물결을 바라본다. 하얀 해안이 수백 년은 살았음 직한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멋들어진 절경을 만들어 놓았다. 오랜 시간을 이겨낸 여유로움이 물씬 풍긴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오른 산이지만 전망은 환상적이다. 섬 산행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비조봉 정상(292m). 들머리에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비조정(飛鳥亭)’이라 쓰인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참으로 아름답다. 덕적군도의 섬들이 연꽃처럼 여기저기 떠 있다. 국수봉으로 이어진 능선 넘어 한반도 모양의 먹도(黑島)라는 섬이 보인다. 용머리 모양의 능선이 바다를 향해 길게 누웠다. 새가 날아가는 형상이라는 소야도에서, 이작과 승봉도로 이어지는 섬들이 한 폭의 수묵화로 다가온다. 반 뼘 고갯짓으로도 깃대봉의 문갑도와, 개머리 언덕이 있는 굴업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백패킹의 성지인 굴업도는 요즘 인기가 많아지면서 부쩍 찾는 사람이 늘어난 곳이다.


정갈한 아름다움이다. 있는 그대로도 아름다울 수 있는 바다 풍경이다. 섬은 우리에게 꿈을 주고 애틋한 그리움을 준다. 복잡한 세상을 벗어나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 바다가 품은 섬 자락을 추억으로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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