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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현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끔찍했던 조정(調整)
반월신문 | 승인 2019.07.09 19:18
서정현 변호사

소송에서 조정(調整) 절차는 분쟁을 효율적으로 종결시키는 수단이 되지만, 소송당사자에게 끔찍함을 안겨주는 때가 있다. 동료 변호사들과 소송 후일담을 이야기하다보면, 끔찍했던 조정 사례들을 각자 가지고 있는데,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공유해 본다. 청구이의의 소가 조정에 회부된 사건이었다. 청구이의의 소란, 확정된 판결이 있지만 사정변경이 있으므로 기존 판결을 바로잡아달라는 취지의 소송이다. 필자는 조정에 복대리로 참석을 했다.


그런데 조정석에 앉자마자 조정위원 두 분이 원고측(필자를 포함)에게 “판결이 있는데 왜 이런 소송을 제기한 것이냐.”고 하면서 다그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필자가 당황하여, 판결 이후에 사정변경이 있으므로 집행력을 부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정을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조정위원들은 도통 듣지를 않는다. “법원 판결이 있으면 바꿀 수가 없다.”, “말도 안되는 소송이다.”, “판결이 있는데 어떻게 바꾼다는 겁니까.”, “원고, 이건 소를 취하해야 됩니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데, 정말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조정위원들이 청구이의의 소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지 못하고 조정위원으로 앉아 있는 것이다. 당연히 조정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필자가 객관적으로 청구이의의 소의 의미를 설명해도 받아들일 생각조차 없는 것이 더욱 문제다. 언성을 높이고 소 취하를 강권하는데, 나원참. 이럴거면 조정을 왜 하는 것인가.


필자가 답답해서 재판장을 불러달라고 하고, 재판장이 와서야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재판장이와서 원고측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조정위원들은 아뿔싸 싶었는지 그 후론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것이다. 정말 거세게 항의를 하고 문제 삼고 싶었지만, 좋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조정위원들을 존중하지만, 최소한의 내용은 파악을 하고 조정에 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순간이다.


이혼사건 조정사건도 기억에 남는다. 재산분할이 쟁점이 되어 쉽사리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가 어느 정도 재산이 드러나 판결로 갔을 때 결과가 예측가능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예상되는 판결의 내용에 따라 중재안을 제시하는데, 이번에는 조정위원이 반대를 한다. 조정위원 본인이 보기에는 중재안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상대방 의견도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왜 조정위원이 반대를 하지?


조정위원에게 중재안이 쌍방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도, 안된다고 한다.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니, 상대방 이야기는 들을 필요도 없다고 하면서, 본인이 제시하는 안을 강권하기 시작한다. 조정위원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니, 이번에는 자기가 이혼사건 조정만 수십건 해봤는데 본인 말대로 하는게 좋다면서 또 강권을 한다. 싫다고 해도 본인 말대로 해야한다면서 조정을 끝내주지도 않는다. 기어코 1시간 아무런 소득도 없이 조정실을 나와서, 상대방 대리인과 전화로 중재안 대로 합의를 했다. 쌍방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안으로 합의를 하겠다는데 왜 조정위원이 반대를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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