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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사람들의 준말
반월신문 | 승인 2019.07.09 18:45

사진집을 좋아하고 챙겨 본다. 특히 풍경을 담은 것 보다는 사람을 담은 책에 끌리는 편이다. 아마 어릴 적 책장에 있던 10권짜리 〈세계여행전집〉이 답이 아닐까.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소개한 책이었는데 글은 구색 맞추기고 사진이 대부분을 차지한 덕에 글자를 모르는 나의 무한 애정을 받았다.


사진은 설명하지 않는다. 정확한 내력을 알 수도 없다. 그냥 나와 그들의 대면일 뿐. 나는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을 보고 감정을 가늠했고 그들의 삶을 상상했다. 아무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이후 사진은 글만큼 친숙하다. 남은 삶을 사진과 더불어 갈까 고민했을 정도다. 혹시 사진이 나를 채우게 된다면 풍경 보다는 사람을 찍고, 컬러 사진 보다는 흑백 사진을 찍고 싶다고 희망하는 건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소망, 그 아름다운 힘〉(최민식 사진, 하성란 글, 샘터)도 사람을 담고 나아가 연대의 힘을 느끼게 해서 아끼는 사진집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리얼리즘 사진작가인 그는 헐벗고 가난한 사람을 앵글 속에 포착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가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진실을 파헤치는 사진을 담는 이유는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각성이 없는 예술은 공허한 놀음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서다. 진실한 사진이 갖는 감동은 모두 현실의 행간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란 말에 마음이 뜨거워진다.


게다가 책 한 권이 몽땅 내가 좋아하는 흑백 사진이다. 흑백 사진 속 어둠에는 밝은 쪽으로 도약하려는 삶의 몸부림과 내적인 진통이 깔려 있다는 답이 온다. 그는 우리가 감동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바라보고 삶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 거다. 삶을 배우게 하는 사진, 이것이야말로 사진 예술이 갖고 있는 엄숙한 태도며 차림새 아닌가.


여기에 하성란 작가의 글이 사진에 담긴 세밀한 의미를 읽어 내고 그것을 향기로운 문장으로 표현한다.

사진과 소설은 삶의 한 순간을 포착하는 건데 그렇게 프레임 밖으로 잘려 나간 선택되지 못한 ‘순간’들은 과연 가치가 없는 자투리인지 궁금했고, 잘려 나간 앞뒤 정황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아프고 행복했다는 말이 덧붙는다.


그녀는 삶이란 사람들의 준말이라고 했다.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면 사람들이 온다. 그들의 지난한 삶과 마주치는 게 아파서 불편하다. 그래도 외면하고 싶지는 않다.
바로 우리들이 그렇게 건너왔음을 안다. 지금도 가장자리에 선 사람들이 있음을 안다. 연대란 너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고 더불어 가자고 내미는 손길이다.


사진과 글이 따뜻하므로 단단하게 굳은 마음이 풀어진다. 한 줄, 길어야 세 줄을 넘기지 않는 글로 나는 이미 그 안에 잠긴다.
긴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바로 이 책을 두고 해야 맞지 않을는지. 사람을 끌어안고 살려는 내게 이 책은 늘 중심에 있을 거다.


 사진으로 낯선 사람을 만나 / 내 마음과 느낌으로 / 온전히 상상하고 그리는 시간이 / 미치도록 짜릿하고 / 즐거울 때 있다 // 누군가 나를 사진으로 보면 / 그는 내게 어떤 이야기를 입혀 줄까 / 고르고 골라 건넨 나를 온전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 아니면 그가 무심코 집어든 순간이 / 진정한 나일까 // 우리는 순간순간 사진이 되고 / 거짓도 진실도 아닌 이야기는 / 말을 할 수 없다 / 그 찰나의 무게를 견뎌 /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았으면 (사진 그리고 이야기, 황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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