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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봄날
반월신문 | 승인 2019.07.04 19:27

요즘,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금세 지나간다. 독서, 영화, 캘리그라피, 댄스. 하는 게 여러 가지다 보니, 조금씩 각 영역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지만, 손에 쥔 떡을 어느 것 하나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각각이 갖고 있는 매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독서 토론 모임은 매주 토요일 오전 7시에 있다. 작년 이맘때쯤 가입해 사정에 따라 들쑥날쑥하지만 꾸준히 잡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내게 잘 맞는 취미활동이다. 혼자 읽을 때보다 토론을 하며 확장되는 사고에 즐거움을 느낀다. 제사보다 잿밥이라고, 토론 후 정겨운 얼굴을 잠깐 보는 시간도 좋다. 게다가 이른 시간에 있는 토론이라서 다른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으니, 좋은 점만 수두룩하다.

영화인문학도 시작한 지 일 년이 된다. 일주일에 추천 영화 한 편을 보고,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함께 토론하는 즐거움에 영화를 챙겨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각자에게 닿는 지점이 달라, 토론하다 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도 있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나를 만나 변화되는 즐거움도 크다. 선정된 영화를 두 번 이상 보고 오는 참석자들의 열정에 사로잡혀 함께 열심히 하게 된다. 어느 사이 삶의 중심으로 쑥 들어섰다.

캘리그라피는 올 4월부터 시작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 셈이 되지만, 캘리를 하며 새롭게 알아가는 세계가 신선하다. 안산과 광교 사이에 거리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야생화며 골동품이 그득해서 가는 것 자체로 즐겁다. 벌써 캘리그라피의 세계에 빠져든 친구에게 대충인 내가 미안하지만, 배우러 가는 공간을 더 좋아하는 나를 이해해 주고 느긋하게 기다려 준다면 문제될 게 없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않으리. 손이 못생겼다고 생각해 남 앞에서 글씨 쓰는 걸 힘겨워하는 내게 왜 캘리그라피가 왔을까. 인과 연이 어디로,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참 궁금하다. 계속 걷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 날 있겠지.

캘리그라피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댄스, 몸치인 나를 홀딱 반하게 만든다. 애초에 시작할 때부터 여태껏 내 모습과 정반대인 것을 하고 싶은 욕구에 충실해 선택한 영역이다. 새로움을 맛보고 싶다. 예전부터 춤 잘 추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댄스스포츠가 어떻게 도움을 줄지 모르겠지만 일단 자유롭게 리듬이라도 타고 싶어 선택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틀을 깨는 즐거움이 크다. 몸치 탈출을 꿈꾼다.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일주일에 네 가지 일정을 소화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기는 버겁다. 네 가지를 즐기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글씨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봐야 하기에, 조금만 맥을 놓으면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상대적으로 살림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데, 눈을 꾹 감아주는 남편 덕분에 일단은 달려보기로 한다. 애초에 즐거울 정도만 하면 된다 생각했으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어도 되겠고.

살다 보면 당시엔 몰라도 훗날 설명되는 일들이 있다. 여태 살아온 삶이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하나의 물줄기를 이뤄왔다. 우연인 것 같지만 오늘의 일이 과거의 어느 한 지점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캘리그라피와 댄스마저도 생뚱맞지 않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속 어딘가에서 벌써부터 씨앗이 발아되어 있었다. 지금은 내게 다가오는 것들을 충분히 즐길 뿐이다. 나중에 몸에 정신이 갇히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 때 참 좋았지, 하며 잔잔한 미소 흘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건 분명하다. 그 어떤 계절 속에 있어도 봄날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조금 더 나에게로 집중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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