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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숙 온누리행복씨앗후원회 봉사회원-“자살기도에서 살아온 생명…후원의 神으로 거듭날 것”세상 등지려 전철에 몸 던졌지만 운명처럼 살아남아
피폐했던 정신 새싹으로 재탄생…세상사는 맛 느껴
장애 얻었지만 부끄럽지 않아…세상 밝히는 등불되겠다
최제영 기자 | 승인 2019.07.04 18:37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전철에 몸을 던졌던 여성치고는 밝고 당당해 보였다. 만약 그의 계획대로 세상을 등졌다면 지금쯤 그는 저승에서 있을 수밖에 없을 테지만 이승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주인공인 박연숙씨가 인터뷰를 마치고 밝게 웃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전철에 몸을 던졌던 여성치고는 밝고 당당해 보였다. 만약에 그의 계획대로 세상을 등졌다면 지금쯤 그는 저승에서 있을 수 밖에 없을 테지만 이승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지금은 봉사자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온누리행복씨앗후원회 봉사회원으로 발품을 팔면서 후원물품 및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발걸음이다. 사람들은 그가 내민 손짓에 사랑으로 답을 내놓고 있다. 그의 이름은 박연숙씨다.

박씨가 오늘날 후원의 신으로 통할 만큼 열성인 것은 주변의 도움이 컸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힘이 되어준 온누리행복씨앗 가족들이다. 인터뷰 장소에도 이들이 동행했다. 모두다 해맑은 표정이었다. 무엇이 이들을 뭉치게 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대화를 해보니 '행복이란 게 이런 거 였구나'라는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를 만나 운명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Q자살을 기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건 사실이다. 어린 나이에 인생에 회의를 느껴 세상을 뜨려고 했다. 자살 방법을 생각했는데 그중에 전철을 선택했다.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맞는 것 같다. 부모님이 낳아주신 나의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것은 정말 큰 죄를 짓는 것이지만 그 당시는 그런 깊은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한 일인데 말이다.(웃음)

박연숙씨가 최제영 반월신문 사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후원회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Q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 머릿속에 떠오르고 싶지 않지만, 오늘은 솔직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25살이던 1998년 11월이었다. 개인적인 일로 하루하루를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다. 전철 5호선 천호역이었다.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전철에 뛰어들었다. 편하게 죽고 싶었다. 죽으려 마음을 먹으니, 머리가 텅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Q죽을 정도로 힘든 일이 있었나.

-그때는 그랬다. 세월이 흐린 지금 생각하면 별 것이 아닐 수 있을텐데 말이다. 요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정신질환 중 하나인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자살기도를 했던 1년 전에 발병했는데 참으로 힘들었다. 물론 치료를 하는 과정이어서 약도 복용하고 있었다.

세상 살기가 싫었다. 당시는 IMF로 온 나라가 시름에 잠겨있던 시기다. 사람에게서 사람만큼 중요한 게 없다. 부모 형제 친구 등 모든 이들이 그렇다. 아는 사람이 편하고 행복해야 나도 즐거운 법이다. 주변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나 또한 힘들었다. 자세히 말하긴 그렇다.

Q다행히 목숨을 건졌는데, 어떻게 살았나.

-일반적으로 전철에 몸을 던지면 거의가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적으로도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천운이도 가끔은 있다. 내 경우가 그랬다. 정신을 차려보니 강동성심병원 응급실이었다. 사고 당시는 기절을 해 아무런 기억이 없다.

오랜 시간 수술을 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온 몸은 만신창이었다. 오른손 엄지를 제외하고 모든 손가락이 절단됐다. 왼쪽도 엄지 검지 중지가 절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왼쪽 발 무릎 아래가 모두 절단돼 의족을 착용하고 있다.

전철에 뛰어들어 자살을 기도한 박연숙씨가 장애인 입고 남을 돕는 일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박씨가 안산도시공사 하모니콜을 이용, 후원자를 만나러 이동하고 있는 모습.

Q불편함은 없나.

-한동안 '이렇게 살아야 하나' 회의감이 스쳤다. 한순간 여러 부분의 장애인이 되어버렸으니 오죽하겠는가. 하기야 죽으려 했던 내 자신을 생각하면 그래도 살아있는 장애인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치료를 받고 의족을 하면서 훈련을 거듭했다. 살아야겠다는 믿음도 솟구쳤다. 후회도 많이 했다. 눈물도 흘리고 방황도 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불편은 참을 수 있다. 정신적인 피폐만 없으면 된다. 지금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죽으려는 힘으로 살라는 말이 있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Q인생의 전환기가 궁금하다.

-인생을 바꾼 계기는 결혼이었다. 그리고 자식이었다. 그러니까 37살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아들도 낳았다. 한때 조현병 약을 복용하면 기형아를 낳는다는 얘기를 듣고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상적인 아들을 출산했다. 하늘이 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봉사라는 의미도 깨달았다.

Q봉사 얘기를 해달라.

-온누리행복씨앗후원회라는 봉사 단체를 알게 되면서 성격도 밝아졌고, 좋은 이웃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후원물품 모금에 앞장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후원자를 물색하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그게 재미있고 원동력이 됐다. 최근에만 해도 자전거와 홍록기 파티하우스 외식 상품권, 파티션, 의자와 책상, 제주도 왕복 항공권, 안경, 노트북, LG벨트샵 등을 후원받았다. 다문화행복페스티벌에서는 경품도 후원받았고 시흥시 장애인재활자립센터에서도 20만 원을 후원받았다.

너무나 행복하다. 세상에는 남을 도우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후원받은 물품과 현금은 어려운 이웃에 모두 전달된다.

박연숙씨가 발품을 팔아 얻어온 후원물품이다. 박씨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했다.

Q갑상선암 수술도 받았다는데...

-흔히들 착한 암이라 하지만 암은 암이다. 지난 3월에 갑상선암이 발병해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예후가 좋은 암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아직 살날이 많아 남아있고 봉사도 해야 하기에 건강해야한다. 세상 살면서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나의 꿈이고 희망이다. 자살해서 죽었다면 지금은 모두 잊혀졌을 내가 아니겠는가.

Q마지막으로 한마디 해달라.

-죽음에서 다시 생명을 얻었다. 그러기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언제나 용기와 힘을 주고있는 친오빠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번에서 후원금에 보태라고 20만 원을 송금해 줬다. 너무나 감사하다.

새로운 인생을 사는데는 온누리행복씨앗후원회 회원들이 있어 가능했다. 언제나 힘들 때 나의 멘토가 되어주는 회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주변에서 '후원의 신'이라고 부르지만 내 힘이 다하는 날 까지 후원의 발길을 멈추지 않을 거다.

남편과 아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진리를 깨닫고 있다. 모든 게 나의 힘이고 원동력이다.

최제영 기자  cjy1010@ians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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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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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커피 2019-07-04 22:48:36

    요즘 신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연들이 너무 많아 안타까웠는데, 죽음의 입구에서 돌아온 박연숙씨가 이제는 세상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혼신의 열정을 다하고 있다는 기사가 무척 감동적이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멘토가 되어 주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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