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는 사랑방이 필요하다

대략 20년 전에 미인가도시형 대안학교들이 성황을 이룬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학교들이 7,8년 전부터 하나 둘 사라져 갔다. 학교가 문을 닫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으나 청소년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학교에 학생
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운영이 어려웠다. 청소년들이 없는 이유는 여러 가
지다. 대안교육에 대한 신뢰부족, 운영에 대한 미숙함, 비 제도권이 주는
불안감, 입시블랙홀 등등. 학교 밖으로 나오는 청소년은 많다는데 청소년
들은 보기에 희귀해 졌다.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
대안교육운동의 약화에 대한 나의 진단은 위에 것에 하나를 더한다.
대안교육운동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성황이었을 때의 매력은 딱 하
나였다. 그것은 대안교육운동의 철학과 이상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주도
성을 살리는 공간으로서의 효과성이었다. 대안교육운동을 하는 어른들
은(나를 포함하여) 거창한 대안교육의 담론을 이야기 했지만 청소년 당
사자들은 전혀 생각이 달랐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주도성이 살아나는
곳이어서 그 곳이 좋았던 것이다.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친구들과 삶을
나누고, 알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펼치고 책임지는 경험을 하였
다. 그만큼 청소년들은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꼈고 성장한 만큼 자존감이
상승했다. 두려움으로 세상에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용기와 호기심으로
도전했던 것이다. 자신들의 무대가 펼쳐지고 자신들의 나라가 만들어 졌
던 것이다. 어느 누가 싫어하겠는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곳도 입시블랙홀로 빠져 들어간 것이다. 어른들의 간섭과 훈련이 강해
졌고 제도권학교를 떠난 이유와 같이 청소년들은 다시 떠나갔다. 미인가
대안교육운동이 약화된 원인으로 보는 나의 진단이다.
우리의 가옥구조에는 사랑방이라는 공간이 있다. 사람들이 내방하고
담소를 하며 음식을 나누는 곳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적 호기심
을 충족하고 문화와 예술의 의식을 높이는 곳이다. 사람을 통해 삶을 나
누고 서로가 성장하는 공간이다. 삶의 필요성이 가옥구조로 수렴한 훌륭
한 공간이다. 우리의 가옥구조와 같이 지역에 청소년들을 위한 사랑방이
꼭 필요하다. 학교와 가정은 불가능하다.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
보다 그들의 삶이 억압 없이 드러나는 공간 이어야하기 때문이다. 동네와
골목에 그리고 지역에 이 공간이 만들어 져야 한다. 그래야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은밀한 곳으로 숨지 않는다. 보다 책임적인 사람으로 성장한다.
다행히 안산에 이 공간이 있다. 사동에 있다. 바로 청소년 열정 공간 99
도씨이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모이고 활동하고 운영하는 청소년들의 공
간이다. 김부일이라는 헌신적이고 깡이 아주 쎈 그리고 무엇보다 청소년
들과 한국사회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
다. 나 같이 청소년으로 밥을 먹는 사람이 보고 배우고 따라해야 할 위대
한 사례이다.
내일은 이 공간의 전세보증금을 위한 후원바자회가 열린다. 청소년들
이 자신들의 공간을 위해 돈까지 번 다니 너무나 거룩한 일이다. 자신들
의 나라를 위해 독립자금을 만드는 청소년들의 훌륭한 일에 함께하고 싶
다. 99도씨와 김부일선생 그리고 공간을 위해 함께하는 많은 청소년들과
어른들에게 하나님의 평화가 함께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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