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주의 책으로 들여다보는 세상

 

따로 따로 행복하게

 

《따로 따로 행복하게》(배빗 콜 지음, 보림)는 이혼을 담은 그림책이다. 작가는 그동안 성교육이나 이혼, 죽음 등 어린이 책에서 쉽게 다루지 않는 주제를 현대적이고 고정관념을 깨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펴내왔다.

그럼 이 책은 이혼을 다룬 다른 책과 어떻게 다를까. 그녀는 ‘이혼’이란 낱말에 흔히 따라붙는 칙칙한 색을 말끔히 걷어낸다. 그리곤 아이의 시선으로 이혼을 본다. 온갖 잡생각이 사라진 장면마다 청량한 바람이 부는 건 그 때문인 듯.

드미트리어스와 폴라는 고민이 많다. 엄마와 아빠가 눈곱만큼도 마음이 맞지 않아 같이 살면 살수록 점점 더 서로를 미워하는데 모든 걸 건다. 이럴 때 두 아이가 하는 생각은 자신들 때문에 그럴 거라는 죄책감. 그들은 곧 자신들 때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스스로 ‘끝혼식’이라는 해결책을 생각해 낸다.

모처럼 부모님의 마음이 딱 맞는다. 서둘러 청첩장을 보내고 축하 케이크도 주문한다. 그렇게 모두가 즐거워서 싱글벙글인 식이 끝나고 부모가 따로따로 ‘끝혼 여행’을 떠난 사이에 아이들은 집을 싹 밀어 버린다. 그리곤 ‘끝혼’ 선물로 그 자리에 엄마 아빠의 취향에 맞을 집을 두 채 짓는다. 물론 조그만 비밀 통로가 있는 집이다.

두 집에서 살게 되니까 뭐든지 두 배. 엄마랑 아빠가 정말 행복하다는데 그 사이에 있는 아이들이 불행할 이유가 없다. 엄마 따로 아빠 따로, 그렇게 따로 따로 행복해서 좋다는 두 아이의 표정에 웃음이 한 가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혼한 직장 선배 생각을 했다. 워낙 이물 없이 지낸 사이라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선뜻 잘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선배의 아들이 혹시나 상처를 받으면 어쩌나 지레 걱정을 했던 거다.

선배는 부모가 날이면 날마다 서로 물어뜯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 주는 게 나은가, 차라리 혼자 키우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나은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지만 전쟁터를 만들고 만 회한이 깊이 밴 목소리였다.

그런 마음이 닿았던 걸까. 아이는 잘 자랐다. 나는 편안해진 엄마의 얼굴이 고스란히 담긴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이혼 가정을 비정상적이거나 결함이 있는 가정으로 봤으니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겠나 싶어서 부끄러웠다.

작가는 사물과 사람을 보는 시선이 건강한 게 틀림없다. 아무리 어려운 주제를 들이대도 그녀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곤 쿨한 표정을 지으리라. 이 책을 읽을 아이도 그런 표정을 지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즐거워진다.

이혼을 하면 그 순간부터 원수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이혼 후에도 친구처럼 지내는 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둘 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이왕이면 친구처럼 지내면서 두루두루 행복한 쪽으로 기울었으면 좋겠다.

행복의 의미를 다시 만진다. 혹시 그 선배는 서로 마구 미워하다 보니까 얼굴도 점점 미워지고 말았다는 책 속 엄마의 얼굴이 되고 싶지 않아서 이혼을 선택하진 않았을까. 아이도 그런 얼굴이 될까봐 잠을 설치진 않았을까.

많이 늦었지만 진심을 담아 잘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저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을 내고 그 길은 수없이 많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꺼내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황영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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