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현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

 

낙태, 죄인가 권리인가

 

얼마 전 외국에 사는 지인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당연히 축하인사를 건네야 겠노라 생각했다. 그런데 필자가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낙태를 결심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지인은 임신초기의 낙태가 허용되는 국가에서 살고 있다.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일이니 그 결정을 존중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낙태를 처벌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낙태가 허용되는 사회의 모습이 많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임신 초기에 간단하게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낙태가 허용된다고 하니 더욱 그러하다.

 

낙태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른바 젠더 갈등이 또 다른 측면으로 표출되고도 있다. 지난해에는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까지 열어 낙태죄 폐지 여부를 심도 있게 다뤘다. 여성계에서는 낙태죄를 폐지하자는 집회와 시위를 하고, 국민청원도 이어졌다. 정부는 음성적인 낙태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사하고 확인하는 실태조사부터 하겠노라 공언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형법상 낙태죄는 곧 폐지될 것도 같다.

 

낙태죄, 왜 폐지를 주장 하는 것일까. 그것은 새 생명의 탄생이 더 이상 축복이 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은 축복이 아니라 희생이다. 그것은 여성에게 더욱 그렇다고 주장한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였을 때,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온전히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내 한 몸 챙기기 어려운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더욱 힘겨운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뿐만 아니다. 오히려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니 낙태시술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낙태가 금지되어 있어도 낙태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낙태죄로 처벌되는 사례도 소수에 불과하지 않은가. 사실상 사문화된 낙태죄로, 누군가를 운이 나쁘면 처벌한다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다.

 

낙태죄 폐지에 관한 주장을 들어보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수긍이 간다. 우리사회에서 임신과 출산이 그 당사자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알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낙태는 곧 한 생명의 박탈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태아의 생명권을 외면할 수 없다.

 

타인의 생명을 누군가 박탈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가. 이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에 명쾌한 답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태아를 온전한 생명권의 주체로 본다면, 낙태는 생명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침해하므로 정당화 될 수 없다. 태아도 잠재적 인간으로서 생명권을 가지고, 부모에게도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할 권한은 없다.

 

그래서 절충안이 제시된다. 낙태를 금지하는 범위를 완화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그 한계를 설정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 방안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듯하다. 필자도 제한적 허용으로 선회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것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며칠 전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첫째 아이 때와는 다른 가슴 벅참으로, 아이의 탯줄을 잘랐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사회라지만 여전히 출산은 축복이다. 새 생명이 살아갈 우리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기를 소망한다.

 

 

서정현 변호사 nackb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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