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행복주의보

 

지금은 봄이지만 지난 겨울날 어르신들의 추억담을 얘기하려 한다. 발그레 상기된 어르신들은 활짝 핀 동백꽃잎처럼, 사춘기 소년, 소녀들처럼 들떠있다. 주위는 순식간에 행복주의보가 발령 난 듯 바람까지도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온누리행복씨앗 후원회는 격조하고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해 1월 17~18일 1박2일 코스로 행복한 추억나들이를 준비했다.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힐링캠프'를 떠나는 날, 어르신들은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같이 왁자지껄 이야기꽃을 피우며 마냥 행복해하셨다. 첫 목적지인 경남 합천 '영상테마파크'까지 가는 동안, '아름다운 실버대학'의 인기가수 서수아교사의 열창을 시작으로 흥겹고 행복한 시간이 이어졌다. 흥에 겨운 어르신들은 자발적으로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셨다. 운전 봉사를 기꺼이 해주신 기사분과 교사들에게까지 행복바이러스가 퍼지는 순간이었다. '영상테마파크'에 도착하자 모형으로 꾸며놓은 청와대 집무실 세트장을 보시고는 너무 신기하고 흥미롭게 여기셨다. 어르신들은 앞을 다투어 대통령 집무의자에 앉아보기도 하고 "선생님, 저 사진 좀 찍어주세요." 하시며 대통령의 전화기를 들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시며 마음껏 포즈를 취하기도 하셨다. 그 모습이 마치 아이 같아서 어찌나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힐링캠프'에 참가하신 어르신 중 최고령이신 87세 김옥분 어르신께서는 "몸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하시며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교사들은 김옥분 어르신을 보며 피곤도 잊을 수 있었다. '온누리행복씨앗후원회'소속 레크레이션 담당 장석연교사는 몸을 사리지 않는 댄스로 모든 실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장석연교사는 올해 60세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온누리행복씨앗후원회'회원으로 레크레이션 봉사를 하면서 삶에 활력과 더불어 건강도 얻었다며 활짝 웃는다.

또한 레크레이션 봉사를 위해 화려한 스팽글 댄스의상도 손수 제작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요양보호사 출신인 그는 레크레이션 봉사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오신 80세(이귀분)어르신을 모시고 휠체어를 밀며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오를 때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가조온천’에서 목욕을 할 때도 친어머니를 모시듯 어르신을 불편함 없이 케어하고 챙겼다.

그 모습을 지켜본 어르신들은 "선생님들이 우리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다."며 고맙다고 입을 모으셨다. 온천욕을 마친 후 따끈한 곰탕을 한 그릇씩 든든하게 드시고 숙소인 ‘무지개 팬션’으로 향했다. 어르신들이 기다리던 마인드 강연 시간에는 '국제인성교육연구원' 김진곤 강사는 '스스로매긴 점수에 따라 다른 사람이 나에게 대하는 태도에 불평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다.'면서 '자신의 참된 모습을 알면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전했다. 어르신들은 마음으로 강연을 들으며 행복해 하시면서 해맑게 웃으셨고 박수로 화답하셨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취침 시간이 다가오자 여행 첫날밤이어서 그런지 어르신들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셨다. “작년에 우리 딸이 암수술을 4번했지만 결국 47세 나이에 나를 앞서 갔어...” “가슴에 딸을 묻고 고통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는데 여기 와서 위로를 많이 받아, 정말 고마워요.” 어르신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졌지만 이내 위로의 말을 건네며 밤을 보냈다. 이틀째 마지막 코스인 김천 대덕에서 열린 전국 실버캠프 장기 자랑을 관람했다. 대부분 70~80세를 넘긴 어르신들이 멋진 옷을 입고 나와 댄스도 하고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르신들이 하얀 태권도복을 입고 '태권무'를 추실 때는 박수와 환호가 끊이질 않았다.

한 어르신은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하며 마음의 힘을 얻으셨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소감한마디씩 발표하셨는데 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들을 해주셨다. "우리 같은 늙은이들을 이렇게 살뜰하게 살펴주어서 너무 고마워요, 다음에 또 불러주세요." "여기계신 교사 분들이 자식보다 낫습니다."라는 말씀은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어르신들을 일일이 모셔다 드리고 나니 몸은 많이 지쳤지만 나도 모르게 입가 미소가 지어지고 어르신들이 다시 보고 싶고 다음엔 더 잘 해드려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마음은 봉사에서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아닌가 싶다. 오늘 같은 날은 ‘나‘가 아닌 ’우리‘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오늘만큼은 외로움이란 수식어를 날려버리고 행복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영 (온누리행복씨앗후원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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