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봉사는 아름답다 했나

한경희와 '정곡 경로당'의 봄날

 

지난 3월2일(토요일)은 따스한 봄날이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그런 날이었다. 정곡 경로당은 본오동 주택가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경희 정곡경로당 회장 취임식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갔는데 낮익은 분들이 참 많았다. 모두가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한경희 회장은 본오동에서 20여 년이나 통장을 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봉사를 천직으로 살아온 그에게 나이드신 어르신을 볼보는 일은 그리 어색치 않아 보였다.

고용노동 연구원 어머니 봉사회장으로 지역에서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그는 경기도지사 표창 등을 수상했지만 늘 겸손한 자세로 봉사하는 분이라고 했다.

취임식을 마치고 필자는 한 회장의 부군을 우연히 만나 간단한 인사를 건넸다.

아내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 해달라는 물음에 그는 '새벽에 나갔다 저녁 늦게야 들어오는 아내'라며 봉사를 직업으로 살고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봉사는 억지로 할 수 없는 일인 만큼 그냥 옆에서 지켜주고 있다고 했다.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닌 만큼 이제 일상이 되었다고도 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귀한 어르신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참석자 중에는 한때 TV 브라운관에서 인기를 독차지 하던 탤런트 박규채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다. 고용노동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조원칠 선생님이 그를 부축하며 한걸음 한걸음 거리를 이동할 정도로 힘들어 했다.

박규채 선생님이 어려운 발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데는 한 회장의 봉사 정신을 높이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박규채 선생님은 무료급식소 이석권 대표가 마련한 점심 국수를 함께 하면서 한경희 회장에게 축하인사를 전했다. 힘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축하의 말은 또렷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자리를 함께한 참석자들도 그의 건강회복을 기원하며 힘찬 박수를 건넸다. 필자가 경로당 회장 취임식장을 여럿 다녀봤지만 이 같이 가슴 뭉클한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한경희 회장이 과연 어떤 인물이기에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하단 말인가.

이석권 대표의 말을 빌리면 정곡 경로당이 위치한 본오동은 아파트가 전무한 다세대 또는 연립주택 밀집지역으로 홀로 사는 연로한 분들이 많다고 한다.

한 회장은 이틀에 한 번정도 노인들이 사는 집을 찾아 건강을 살피고 말벗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생명이 위태로운 어르신을 발견해 소중한 생명을 구해준 일도 여러번 있다고도 소개했다. 그래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도 했다.

한경희 회장은 앞으로 노인들을 위해 할 일이 많아 보였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의 약손이 되어주고 마음이 닫혀있는 분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어르신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그는 '그게 나의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어느새 봄날이 오고 있었다. 이제 꽃이 피고 따스한 태양이 우리 곁에 올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의 꽃이 아름답고 사람의 따스함이 우리 인생의 최고가 아니겠는가.

3.1절 100주년 다음날 펼쳐진 한경희 정곡경로당 회장 취임식에 꼭 건네주고 싶은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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