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가 상담했던 교통사고 당사자의 이야기이다. 의뢰인은 교차로를 앞에 두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교차로에는 붉은색 신호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점멸신호 교차로였다. 좌우를 살펴보니 달려오는 차도 없었다. 의뢰인은 정차하지 않고 서행으로 교차로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교차로를 절반 넘게 지났을 무렵, 갑자기 차량 우측에서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 우측에서 진행하던 차량이 교차로를 건너던 의뢰인의 차량 우측을 들이받은 것이다.

그런데 의뢰인은 보험사와 교통사고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의문이 생겼다. 보험사 직원이 의뢰인에게 과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자신이 피해자인줄 알았는데 과실이 있다니? 의뢰인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의뢰인은 무엇을 잘못한 것이었을까?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점멸신호는 황색점멸, 적색점멸신호 2종류이다. 황색점멸의 경우, 차마(車馬)는 다른 교통 또는 안전표지의 표시에 주의하면서 진행할 수 있고, 적색점멸의 경우, 정지선이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일시정지한 후 다른 교통에 주의하면서 진행할 수 있다.

황색점멸 교차로에서는 서행 후 통과, 적색점멸 교차로에서는 일시정지 후 통과해야 한다. 황색점멸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이 있다면 그 차량을 먼저 보내주는 편이 낫다. 특히, 적색점멸 교차로에서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통과했다면 이는 신호를 위반한 것이나 다름없다. 신호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 중 하나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다시 필자의 의뢰인 이야기로 돌아가자. 의뢰인도 마찬가지였다. 적색점멸 교차로에서 일시정지하지 않고 통과하다가 사고가 났으므로 의뢰인에게도 과실이 인정된 것이다. 교차로에 먼저 진입을 했고, 서행으로 교차로를 통과하였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이러한 사정이 참작되어 과실비율이 낮게 측정될 뿐이다. 결국, 점멸신호 교차로에서 사고가 났다면 사고 당사자의 과실 인정 문제보다는 쌍방의 과실 비율 산정 문제가 주된 쟁점이 된다.

점멸신호는 차량이 적은 교차로, 시간대에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임으로써 운전자의 교통 편의를 돕기 위해 도입됐다. 통계에 의하면 전국 교차로의 40% 가까이가 야간에는 점멸신호로 운영된다. 필자가 거주하는 안산도 마찬가지이다. 고잔 신도시나 반월공단 부근에는 특히 교차로들이 많은데, 야간에는 대부분 점멸신호로 운영된다.

점멸신호도 기존 신호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신호이다. 신호대기가 없다고 무시하고 달려도 되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들은 점멸신호도 주의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박상우 변호사 parksangwoo8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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