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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혼
반월신문 | 승인 2019.01.30 09:19

5일을 쉴 수 있는 설 연휴가 며칠 남지 않았다. 이틀만 휴가를 내면(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9일의 연휴를 보낼 수 있다며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많다. (변호사로서) 확신한다.

이혼 사건을 주로 맡고 있는 변호사들에게는 설과 추석이 대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스갯소리이기도 하지만, 자조 섞인 목소리이기도 하다. 이번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어김없이 명절이 지나면 이혼 관련 상담이 증가한다.

이는 비단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다. 실제 법원행정청의 발표에 따르면 명절 연휴에 접수되는 이혼 신청 건수는 평소보다 그 수가 2배나 증가한다고 한다.

잠시만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부인은 안 그래도 어려운 시댁에 도착해 쪼그려 앉아 전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한다. 나는 이렇게 불편하고 힘든데 친척들을 만난 남편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다. 차례 음식 만들기도 힘든데, 술상도 차려오란다. 어른들 앞에서 화도 내지 못하고 술상을 가져다주었더니, 이번엔 누워서 TV를 보며 후식을 가져다 달란다. 겨우 마쳤다 싶으면, 시어머니는 시누이 좀 보고 가라고 붙잡는다. 분명 같은 딸인데 시누이와 나는 전혀 다른 신분의 사람인 것 같다.

남편은 또 남편대로 힘들다. 꽉 막힌 도로를 운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부인은 모르는 것 같다. 부인은 옆에서, 아이들은 뒤에서, 나도 졸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자고 있다. 명절에 부인이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을 하도 여기저기서 듣다보니 이번엔 잘해주려고 나름대로 애써보지만, 짜증만 내고 있는 아내를 보면 나도 짜증이 난다. 이러다보면 서로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를 내게 되고, 명절 간 받아온 스트레스가 그동안 서로 참아왔던 것들을 표출하게 만든다. 분명히 명절은 부부싸움의 뇌관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단순히 명절에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그걸 몰라주는 상대방에게 화가 나서 싸우게 되었다는 분들이 많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명절이라는 이유로 남의 집(?)에 와서 고생한 배우자의 고달픔을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아량만 갖출 수 있다면 어김없이 일 년에 두 번씩 찾아오는 이 위기도 잘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이번 설에도 돌아오는 길에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TV에서, 이 채널을 틀어도 저 채널로 돌려도, 명절 때문에 부부가 싸운다는 이야기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흘러나올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인터넷 등에서는 남과 여로 대립하여 싸우는 일이 많은데, 이번 명절 역시 ‘일 년에 두어 번 있는 것 가지고 엄살이 심하다.’, ‘매번 술 마시고 TV만 보고 있으면서 운전 조금 하는 거 가지고 유세다.’는 등 같은 레퍼토리로 다투는 이야기가 등장할 것이다. “이럴 거면 명절을 없애자.”라는 말도 다시 한 번 반복될 것이다.

명절이 지나면 또 누군가는 문의를 주실 것이다.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세심하게 상담하여 드릴 것을 약속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번 설 만큼은 ‘대목’이 오지는 않기를 바라본다.

박정호 변호사 / euidaml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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