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 오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심상정) 간담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성진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네 사람은 우리나라는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새로운 선거제도로 도입해야 하고, 국회의원 숫자는 350~360명으로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현행 제도의 수혜자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훨씬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고 충언했다.

다음날인 29일 오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 당도 원칙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동감과 공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사무총장과 김종민 정개특위 간사는 별도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동형 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관되게 선거제도 개혁과 정치혁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한국당의 내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양당은 선거구제 개편이나 의원 정수 증원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매우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거대양당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민주당은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는 낙관론에 의거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소극적이다. 자유당 또한 최근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하여 생긴 자산감(?)이 오히려 선거구제 개편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도 양당은 표면적으로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 양당의 의석수가 늘어나는 것 보다 소수 정당들의 의석수가 더 늘어 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석수가 늘어나는 만큼 의원 각자에게 돌아가는 수당이나 보좌진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거대양당에게는 걱정거리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 권리 행사인 표는 국민 모두에게 최대한 동등한 가치로 존중 받아야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의 경우, 경기도 의회의 선거 결과는 현행 선거제도는 표의 등가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49.1%를 얻은 민주당은 95%의 의석을 가져갔다.

반면에 23.7%의 득표를 한 한국당은 불과 2.8%의 의석을 확보했을 뿐이다. 유권자들로부터 7% 이상의 지지를 받은 바른미래당은 1석을, 역시 7%대의 지지를 받은 정의당은 2석을 건지는데 불과했다.

선거 결과로 보면, 지난 6.13지방선거, 경기도의원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한 사람은 한 사람당 대략 2.7표에 해당하는 권리를 행사한 셈이 되었다. 지나치게 과도한 반영이다. 반면에 자유당을 지지한 사람들은 6명이 모여 겨우 한 표를, 정의당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은 4명이 합하여 겨우 한 표에 해당하는 권리를 행사한 셈이다.

1987년 민주화 당시 우리 국민의 목표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민주화 30년을 보내면서 보다 나은 민주주의, 한 단계 성숙된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선거를 통하여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의 견해가 모두 평등하게 대표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여야 한다.

작금의 한국 사회는 충분히 다원적인 구조가 되었지만 그것들이 정당한 정치적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제 한국사회는 제한되어 온 다원적 대표성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체제로의 개혁이 절실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하는 일이다.

윤기종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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