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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건너야 할 강
반월신문 | 승인 2018.11.28 17:25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은 길, 하지만 누구나 가야할 길, 사랑하는 사람도 미워하는 사람도 모두 가야 할 날이 오게 되어있다. 언젠가는 너도 가고 나도 가고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야 말 것이다. 기쁨도 가고 슬픔도 가고 행복도 불행도 모두 가고야말 인생행로를 생각해 본다.

오랜만에 고향에 들렸더니 천수를 누리다가 돌아가신 분도 있고, 아까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 하신분도 있었다. 혹은 병환으로 혹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병석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선후배도 있었다.

앞서가신 분들을 떠올려보면 호의호식 하다가 미련 없이 가신 이는 별로 없는 듯하다. 병고와 가난으로, 불의의 사고로, 사업 실패로 온갖 고생 다하다가 여한을 남긴 채 하직하신 분도 보았고, 잘살아 보겠다고 물불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 하다가 졸지에 유명을 달리 하신분도 드믈잖게 보아왔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

인간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오더라

 

차창을 내다볼 때 산도나도 다 가더니

돌아서 둘러보니 산은 없고 나만 왔네

다 두고 저만 가나니 인생인가 하노라

 

홍안紅顔의 청춘들아 백발 보고 웃지 마라

공변된 하늘 아래 넌들 매양 젊을소냐

우리도 청춘 행락이 어제런듯 하여라

 

불현듯 옛 시조 몇 수가 떠올라 음미해 보았다. 유구한 자연에 비해 인생 무상과 세월의 속절없음을 영탄詠歎한 싯귀詩句인듯 하다.

문학기행차 경기도 안성에 있는 ‘미리네성지’를 둘러본 일이 있다. 성지 입구를 들어서면 우람하게 지은 양로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 건물본체와 조경석에 이색적인 글귀가 새겨져있어 눈길을 모으게 되었다. “놓아라! 아들딸들아 안녕”

시선이 머무는 순간 일행은 모두 숙연함을 느끼게 되었다. 짧은 한 구절이지만 절절하다. 노년의 스산함과 임종의 허망함을 연상케 하는 감회가 느껴졌다. 친인척이나 연인 아들딸 할 것 없이, 그 누구도 잡을 수 없거니와 잡아줄 것 같지도 않아 반어적反語的으로 던져본 것일까? 제행무상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심사라고나 해야할지..인생사의 덧없음을 독백하는 것인 듯도하고, 어쩌면 순리에 통달한 달관의 경지를 피력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봄·여름, 그토록 곱고 향기롭던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이 가을 표표히 떨어지는 나뭇잎에서 영고성쇠榮枯盛衰의 천리와 생자필멸의 숙명을 되새겨 보며 ‘시간과 존재’에 대한 엄숙한 물음을 화두로 삼아봄이 어떨지... 

임종호 안산문인협회 자문의원, 전 안산시청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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