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선 시인

작은 볍씨 한 톨 썩어져

한 포기 모되어 심겼다

 

연약한 어린잎 새

작렬하는 폭염 아래

타는 가슴 맡기고 인내했다

 

새벽이슬로 목마름 달래고

곁가지 벗들과 손 붙잡고

소낙 장마 견뎌가며

뿌리째 뽑힐 아픔 이겨냈다

 

출렁이는 가을 황금들판

낫 들어 잘릴 고통 있을지언정

땀방울 뿌려 심은 수고에 보답코자

밑동 잘려 쓰린 상처 감내하며

황량한 들판에 누웠다

 

그 들판을 지나 이제

겨울에서 다시 봄으로

나를 이끄는 이가 저기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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