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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증명이 날아왔어요.
반월신문 | 승인 2018.11.14 09:15

어느 의뢰인께서 전화를 주셨다. 점잖은 목소리로 상담을 하시다가 이내 참고 있던 화가 올라오시는 듯 목소리가 커지셨다. 내용인 즉, 내용증명을 받으셨다는 것이다. 받으신 내용증명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여쭈었더니 그 내용은 또 틀린 게 없다고 하셨다. 본인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전화를 하던지 문자를 할 것이지 내용증명부터 보낸 상대방의 태도에 우선 기분이 나쁘고, 법적 조치 운운하는 내용에 마음이 상하신다는 것이다. 그리곤 괘씸해서라도 법적으로 다투고 싶으니 본인의 내용증명을 작성해 달라고 하셨다.

실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많은 분들께서 비슷한 말씀을 하며 노여워하신다. 나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건 곧 “법정에서 봅시다.”라는 말이고, 한번 싸워보자는 ‘선전포고’라는 것이다.

받아본 분들은 알겠지만, 내용증명 우편은 대부분 “귀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귀사의 번영을 기원합니다.”와 같은 아름다운 말로 시작해서, ‘그런데’, ‘안타깝게도’와 같은 말이 나오더니, 뒤에 가서는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수단’, ‘법적 조치’와 같은 단어가 나오며 아름답지 않게 끝난다.

그러면 이 내용증명을 받은 사람은 이와 같은 ‘선전포고’에 분노하면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그 내용에 하나하나 반박하는 답변을 남은 내용증명을 되돌려 보낸다. 가만히 있으면 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자칫하면 상대방이 몰랐던 내용들까지 알려주게 되거나, 굳이 대답할 의무가 없는 내용에 대해 시인하는 꼴이 되기도 한다. 노련한 상대방이 한번 떠본 내용증명에 걸려 들어 유리한 증거를 갖다 바치는 것이다. 차라리 기분상으로만 지는 것이 나았다.

사실 내용증명 우편에 대해서 답변을 하여야 할 의무는 없다. “OO월 OO일 까지 답변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해제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상대방이 임의로 정한 것일 뿐 그와 같은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와 반대로, 어디선가 내용증명은 효력이 없다는 말을 듣고 아무 신경도 안 쓰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이 ‘선전포고’라는 말이 또 틀린 것만은 아니다. 상대방도 아무 이유 없이, 아무 근거 없이 전쟁을 걸어오지는 않을 터. 특히나 그 내용증명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작성한 내용증명인 경우에는 적잖이 긴장하여야 한다. 내용증명 작성을 의뢰받은 변호사는 향후 소송을 염두에 두고 내용증명을 작성하기 마련이다. 이미 충분한 검토를 거쳤기에 다음번에는 소장이 날아올 가능성이 높다. 어찌 보면 ‘최후통첩’인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로부터 ‘내용증명이 날아온’ 경우에는, 특히 변호사 사무실에서 작성한 내용증명을 받은 경우에는 ‘분노에 휩싸여 홀로 응전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못 본 척 뒤돌아서지도 말고’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을 것을 권해드린다. 상대방이 전쟁을 준비할 기회를 줬는데도 대비하지 않는다면, 적의 도발에 섣불리 달려든다면, 아무리 강한 군대라도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박정호 변호사 / euidaml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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