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속일 수가 없나 보다
봄, 여름, 지나 어느새
붉은 단풍 곱씹는 가을
높다란 뭉게구름 위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려본다

가을 햇살 멈춘 철마산
깊은 골짜기 산들바람 향기
등 뒤로 흐른 땀 씻어 날리고

청설모의 훼방도 관여치 않은
발등에 밟히는 도토리의 아우성
미끄러지듯 달리며
당신이 가꾸어 놓은 길 위에

먼저 가신 어머니의 야윈 모습 그리며
한 알 두 알 주워 만든 도토리묵
향긋함이 입에 맴돌며
눈시울 뜨거워 뺨에 흐른다

박미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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