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타고난 얼굴이 있다. 하지만 영욕과 희비가 교차 되는 와중에서 아름다움과 품격을 더해 가기도 하고 잃어 가기도 한다.

얼굴은 그 사람을 대표하는 문패 격이며 이력서라고 할 수 있다. 구김살 없이 맑고 정감가는 표정을 지닌 사람을 이따금 만나보게 된다. 이는 그 무엇과도 비교 될 수 없을 만큼 완성도 높은 예술품에 속할 만하다. 만면에 평온함과 희열이 감도는 인상, 믿음과 친근감이 느껴지는 표정, 고고한 기품을 지닌 풍모 그것은 타고난 것일까? 다듬어 지는 것일까?

어떤 심성을 지니든 그에 상응하는 흔적이 얼굴에 반사 되기 마련이다. 인상이란 자기 삶의 궤적에 따라 투영 되는 무늬라 할 수 있다. 정직하고 사랑스런 마음씨를 간직하고 성실하게 살면 외모에 그렇게 풍겨질 것이고, 반면에 불성실하게 살면 얼굴 모양 또한 그렇게일그러지고야 말 것이다.

특히 화를 내었을 때는 안면 근육 운동이 그 균형을 잃고 주름살이 생긴다고 한다. 안면에 골고루 퍼져 있는 얼굴 근육은 내면 심층에서 느끼는 감정 변화를 빠짐없이 포착해서, 상응한 흔적을 얼굴에 새겨 놓고야 만다는 것이다.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라는 ‘링컨’의 말은 깊이 음미 해 볼만 하다.

40세가 되도록 얼굴의 품격이 조화롭게 다듬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젊어서의 아름다움은 타고난 것이지만 인생 후반부에 이르러서의 아름다움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뜻으로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변전무상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고정불변하는 실체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풍화작용에 의하여 산천초목의 양태가 달라지듯이 사람도 풍상과 애환을 겪어 오는 동안 타고난 얼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마련이다. 그가 걸어온 발자취에 따라 세월은 그의 얼굴을 고매한 품격을 지닌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가 하면, 저급한 몰골로 일그러트려 놓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외면은 내면의 상태와 느낌에 반응하는 것이므로 외면이 바뀌려면 먼저 내면이 달라져야 하리라. 불안, 초조, 좌절로 위축 되거나 증오와 분노의 불길로 일그러질 경우 밝고 평온한 표정을 지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마음속 깊은곳으로부터 평화와 희열을 느끼게 될 때 그것은 필연적으로 얼굴에 투영 될 수 밖에 없지 않으랴...

원컨대 인간은 진실과 사랑으로 가득찬 표정을 지니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 된다. 구김살 없이 평화롭게 미소짓는 얼굴만큼 감동적인 모습이 또 있겠는가. 그것은 인간이 연출해 낼 수 있는 최선의 화장술이 아닐까..?
임종호 안산문인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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