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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건너는 강, 사춘기
연합뉴스 | 승인 2018.10.31 11:20

지인이 불과 몇 달 사이에 해쓱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사춘기에 들어섰는데 가관도 아니란다.

학원도 거르는 눈치고 집에만 오면 입에 자물쇠를 걸어 답답했는데 아파트 단지 앞 공원에서 친구들과 담배 피는 걸 잡아왔더니 금방 도망을 쳤단다. 남편은 안 그래도 데면데면한 아들을 본체만체하니 애꿎은 엄마의 마음만 타들어가고 덩달아 부부사이까지 틀어졌다고 하소연이다.

비슷한 또래를 둔 엄마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하지현 지음, 창비)가 떠올랐다. 원래 ‘십 대 마음 관찰기’로 청소년을 도닥이는 책인데 부모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여럿 담겨 있다. 특히 부모와 자녀가 한 지붕 안에서 엇갈리고 부딪히는 이유를 댄 부분은 부모의 입장에서 격하게 공감이 간다. 저자가 찾은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첫 번째 엇갈림은 경험의 차이다. 부모는 살아오는 동안 허용된 경계 밖으로 나갔다가 다친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여기엔 자기의 경험도 포함되리라. 그래서 십 대 자녀를 보면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고 불안해진다. 하지만 자녀는 다칠까 봐 무서워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일단 나가 보려고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두 번째 엇갈림은 시간에 대한 개념 차이다. 부모의 시간은 쏜살같다.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 보니 중고등학교 6년은 드라마 두어 편에 불과하다. 그러니 마음이 조급해져서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자녀는 몇 달 후 정도라면 모를까 그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세 번째 엇갈림은 부모의 ‘건망증’이다. 자신들은 어릴 때 주어진 환경이 열악한데도 오직 노력과 성실성으로 극복했다고 기억한다. 정말 그랬을까? 부모는 자신들의 십 대 시절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다른 건 잊었기 때문에 자녀와 문제가 생기는 거다.

이쯤에서 나의 민낯을 들여다보았다. 얼음공주라고 불리던 그 시절, 가족은 오직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싫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몸으로 익히지 않았을 뿐 영혼은 늘 세상 밖을 헤매고 다녔고.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파란만장한 이야기 한 두 편은 들고 있었다. 우리가 나눈 말끝에 튀어 나온 “그냥 두면 알아서 돌아와. 우리가 겪어 봐서 알잖아.”라는 고백은 저자가 제시한 이유와 맥락을 같이 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엄마는 속상하다. 특별히 잘 해 준 건 없지만 또 남다르게 못한 것도 없거늘 어떻게 생판 모르는 사람 보듯 하는지. 바르르 손이 떨리고 그냥 눈물이 퍽퍽 쏟아진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부당한 대우를 자식에게 질리도록 받는 마음이 그냥 쓰리기만 하랴. 그러니 밥을 먹어도 설겅설겅 돌을 씹는 것 같고, 잠을 자도 눈만 감았을 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밖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는 위로의 말일 터, 되돌아보면 우리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깊고 얕은 사춘기의 강을 건넜다. 그 시기가 마냥 나빴다고 볼 수 없는 게 이렇듯 멀쩡히 살고 있지 않은가. 지금 그 강을 건너는 아이를 믿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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