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관람객, 공연장 순수성 담아야 일침

필자는 지난 20일 저녁 7시 안산문화 예술의 전당 해돋이 극장에서 펼쳐진 하모닉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 '안산 유스앤드림 정기 연주회' 를 관람했다.

'秋心'이라는 제목으로 부쳐진 이번 공연은 주로 60대 이상 남녀 혼성으로 꾸려진 순수 아마추어들로 여러달 동안 짬을 내서 고된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세번째 공연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숨죽여 공연을 지켜봤는데 아마추어라는 말이 쉽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격조높은 화음으로 깔끔하게 느껴졌다.

남성 합창도 그랬고 '도라지 꽃'을 노래한 여성 합창도 무척이나 듣기 좋았다.

혼성으로 부른 '바람은 남풍'이라든지 '청산에 살리라'도 품격있는 화음을 냈지만 '관따라메라'나 '라밤바' 에서는 너무나 흥겨워 어깨가 들썩일 정도였다.

'히브리 노예의 합창'이나 '개선 행진곡' '내나라 내겨레'도 모두가 따라부를 정도로 공연장 열기는 대단했다.

이토록 문화와 예술은 국적이나 종교, 남녀를 구분치 않고 누구나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기회 있을때다 강조하는 '문화와 예술은 좋은 친구를 만나지만, 정치는 적을 만든다' 라는 말이 실감났다.

사실 웬만한 오케스트라 공연에는 에티켓이 분명 존재한다.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오로지 듣기에 심취하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휘자 멘트는 별로없다.

공연장에 자리한 유명인사 소개는 그래서 거의 보기 힘들다.

그런데 이날은 평소에 보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는데, 남녀 정치인 4명이 공연 말미에 무대에 올라간 것이다.

자청한 일은 아니고 합창단 간부 권유로 객석에서 공연장으로 하나둘씩 올라간 것이다.

이어 무대에서 앵콜곡으로 신청된 '사랑으로' 라는 노래를 연주에 맞춰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관객들에게 정치인을 소개하고 무대에 오르게 한데 이어 합창을 하게 한 이유가 궁금했다.

격조놓은 정기 연주회 말미에 비친 이 같은 연출은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이 끝나고 화장실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하나둘씩 웅성대고 있었다.

나름 전통이 있다는 정기 연주회에 왜 정치인을 등장시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지 이해할수 없다는 말투였다.

정말로 그렇다.

이럴때 '옥의 티'라는 말을 할수 있겠구나는 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무대에 올라 손에 손잡고 '사랑으로' 라는 노래를 부른 정치인도 미리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은 아닐거라 믿는다.

우리 시민들은 아마도 '낄 자리와 그렇지 않을 자리'를 사회 지도층에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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