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만나는 時
가을에는
생각들을 주워야 한다.
봄부터 쏟아놓은 수많은 말들과
여름날의 한숨들
쓸데없이 길거리에 내다 버린
소심했던 생각들 모두
거두어야 한다.
땀 흘리지 않은 수확이 어디 있으랴.
들판의 곡식들 곳간에 쌓이기 전에
흘려버린 생각들 낱알 줍듯
주워야 한다.
나뭇잎들 하나둘씩 떨어져
거리에서 힘없이 이리저리 뒹굴기 전에
허한 말들과 뜻 없이 행한 것들 모두
거두어들여야 한다.
밤바람 차갑게 살갗에 스미고
쉬 어둠이 온다.
어둠이 안개처럼 저녁을 메우기 전에
겨울이 소리 없이 유리창에
성에꽃 피우기 전에.
권태주 시인(본오초등학교 교장/안산문인협회회원)
반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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