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월을 되돌아 보면 시행착오로 점철된 여정이었던 것 같다. 연습이 허용 되지않는 생방송으로 지나가 버렸으니 되돌릴 수도 없고 후회 막급 할 뿐이다.

영화 ‘빠삐용’을 보면 주인공이 감옥 안에서 꿈을 꾸는 장면이 나온다. 죽은후 심판대 앞에서 재판을 받는 장면이다. 빠삐용이 자기는 사람을 죽인 일이 없고 오로지 정의롭고 떳떳하게 살아 왔노라고 거세게 항변을 한다. 하지만 재판관은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너는 실정법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인생을 낭비한 죄가있다. 그러므로 유죄다」 라고 단호하게 판정을 해 버린다.

‘인생을 낭비한죄’ 라는 말에 빠삐용은 더이상 항변하지 못하고 중얼거리며 사라지는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인생을 낭비한죄’란 실정법에는 없는 죄목이지만 이 말이 던져주는 멧세지는 엄중했다. 인생의 낭비 중에서 단연코 시간의 낭비 만큼 큰 것은 없을 것이다. 어영부영 빈둥빈둥 지내는것도 용납 되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더구나 후회될 일이나 무가치한 일에 쓰여 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죄악에 빠져드는 셈이 될 것이다.

또한 잘못된 판단이나 선택도 인생의 낭비에 속할 법 하다. 선택하지 말았어야 할 것을 선택 했거나 선택 했어야 할 것을 선택 하지않아 후회 막급한 경우가 있다.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만나 악연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으며, 동쪽을 향했어야 함에도 서쪽을 향함으로 인하여 삶의 틀이 뒤틀리게 된 경우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철학자 ‘싸르트르’는 인생을 정의하여 「출생과 죽음 사이의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 이라고 일컬었다. 실상 우리는 매순간 우리의 삶을 선택 하고있다. 어제의 선택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듯이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나를 결정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선택한 대로 열리게 되어 있으며, 나라는 현존은 기필코 내가 내린 선택의 귀결이거늘 슬기롭게 헤아려 최적의 판단과 선택을 지향 해야 하리라.

시간 낭비와 잘못된 선택 외에도 비젼의 부재와 준비 태세의 미흡함도 인생의 낭비에 해당 된다 할것이다. 이를테면 어리석은 사람은 별 쓸모없는 일에 소중한 시간과 정력을 쏟으며 그것에 집착 하다가 보다 중요한 것을 놓지는 사람이고, 평범한 사람은 발등에 떨어진 일에만 급급하여 허둥대면서 대처 하다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지혜로운 사람은 중요하고 급한 일을 한발앞서 예견하며 미리미리 대비하여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신학자 '존파이퍼'는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은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그분의 선하신 뜻에 합당하게 살지 않는것은 모두 ‘낭비된 삶이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에 ‘나는 인생을 잘못 살았어’ 라고 탄식하지 않도록 남은 여생이라도 여한 없는 삶을 영위 할 것을 다짐해 봐야겠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하라」는 ‘인생수업‘ 말미의 경구 한 구절을 차제에 상기시켜 본다.

임종호 안산문인협회 자문위원(전 안산시청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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