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서 2018년 안산시 주민 참여 예산 위원회에 참여한 소감을 싣는다.

셋째, 참여하는 시민들도 수준을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분과 예산 중에 ‘사동 89블록 스마트도시’ 관련 예산이 있다. 그런데 위원 중에는 89블록의 위치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시에서는 예산위원회 열기 6일 전에 위원들 메일로 각 분과 예산을 보내주었다. 그러면 그 예산서를 읽고 안산에 대해 기본 지식은 알고 와야 한다.

또 다른 예를 든다. 지난주, 필자가 농수산물 시장 바닥 개보수 공사를 지적했다. 시가 8월 2일에 재건축 추진을 발표해 놓고는 곧바로 개보수를 하겠다는 건 시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그런데 시가 재건축 추진을 발표한 사실을 필자 빼놓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필자는 매주 안산에서 발행하는 신문들을 챙겨 읽는 것은 물론 날마다 인터넷에서 ‘안산’을 검색해서 안산에 대해 공부한다. 시민 대표들은 안산 사정을 알려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필자가 지적해서 화요일에 농수산물시장 현장답사를 하였다. 위원들 의견은 당장 개보수할 필요가 없다와 개보수해야 한다로 갈렸다. 문제는 최종 결정 순간에는 필자를 빼놓고는 모두 당장 개보수하자는 쪽으로 손을 들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시민 위원들이 시민의 눈치를 안 보고 공무원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총회날 관광해양산업분과 위원장도 똑같았다. ‘시화 MTV 어촌문화전시관’ 사업이 여러모로 부당하다고 전체 위원들 앞에서 역설했다. 그래 놓고는 결과는 ‘적정’으로 표시해 놓았다. 왜 이렇게 2중적인 처신들을 하는지 의문이 든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본다. 총회날 청문당 복원을 위한 토지 매입 사업에 대해 어떤 위원이 그 토지 매입보다도 진입로 개설 공사가 더 시급하다고 질문하였다. 하지만 이미 다른 분과에 그 예산이 잡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청문당 진입로 공사를 검토한 분과의 위원장이 그 질문에 대해 아무 답변도 안 한 것이다. 자기가 통과시킨 내용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 각 위원회가 검토한 사업 402건 중 ‘부적정’하다고 지적된 사업은 단 1건도 없다. 거수기에 불과한 이런 위원회가 무슨 필요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 일정을 짧게 잡은 안산시도 문제지만 책임감이 부족한 시민 대표들도 문제다.

넷째, 안산시가 ‘3.1 독립만세운동 기념탑 건립’에 예산을 책정한 건 민족정기를 세우려는 일로서 잘한 일이다. 다만 탑 이름은 고쳐야 한다. 3.1운동은 항일 독립투쟁의 일부에 불과하다. ‘광복 기념탑’이라 해야 전체 항일투쟁과 광복을 포괄하여 대표한다.

또 하나, 기념탑의 위치이다. 필자가 수암동을 제시한 건 거기에 큰 공원을 만들어 기념탑을 세우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이번 계획된 부지는 겨우 232평으로 너무 좁다. 그러니 그곳은 적절하지 못하다.

애초에 이 사업을 제안한 광복회에 문의해 보니, ‘반월공원’이 좋겠다 한다. 상록수역이 가까워 교통이 편리해서라 한다. 또 반월공원에 ‘광복공원’을 조성하면 인근의 ‘최용신 기념관’과 함께 애국 교육 공간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리라 한다. 시는 사업 당사자인 광복회와 잘 의논해서 추진해주기 바란다.

다섯째, 안산시는 2019년에 청문당 복원을 위한 토지 매입에 25억 원, 청문당 진입도로 개설에 20억 원, 안산읍성 및 관아지 복원에 10억 원 등 거액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안산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려는 큰 결단이다. 윤화섭 시장이 ‘천년 문화 도시 안산’’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힘찬 시동을 걸었다. 주민 참여 위원들도 예산을 확대해서라도 제대로 해달라고 모두 응원한다. 윤 시장은 멋진 작품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안산이 더 발전하도록 고언을 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지만, 쓴 소리를 해서 시와 주민 대표들에게 미안하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면 감사하겠다.

김창진 초당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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