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헤어진 뒤 동명이인 전수조사 끝에 발견

11일 오전 11시께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사무실.

초조한 듯 출입문을 연신 바라보던 초로의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30대 남성을 보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30대 남성도 그를 알아본 듯 달려가 손을 붙잡고 흐느껴 울었다.

이들은 정모(62) 씨 부자로, 1988년 6월 대전역에서 헤어진 뒤 30년이 지난 이 날에야 다시 만났다. 화성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7살 난 아들과 함께 대전역을 찾은 아버지 정씨는 화장실을 가느라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그만 아들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즉시 인근 파출소를 찾아 실종신고를 내고 대전역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수색은 이어졌지만 전담 수사팀도, 행적을 좇을 CCTV도 없던 시절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아들의 행적은 점점 묘연해져만 갔다.

금쪽같은 외아들을 떠나보내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정씨는 심장에 병이 생겨 수차례 수술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냈다. 이후 정씨는 지난달 27일 경찰을 다시 찾아 재차 실종신고를 냈다.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아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이름 외에 확인 가능한 정보가 없던 경찰은 실종된 아이가 보호시설에 맡겨졌을 거라고 추측, 아들과 동명이인 중 호적에 아동보호기관을 거친 기록이 나와 있는 사람들로 대상을 추려 나갔다. 이후 이들 중 한 명이 1989년 1월 대전의 한 보호기관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 아동 카드에 적힌 보호자 이름과 사진을 대조해 정씨의 아들을 찾아냈다.

정씨의 아들(38)은 보호기관을 나온 뒤 직장을 구해 모처에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었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어머니의 이름을 토대로 부모님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상황이었다.

이날 오전 경찰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상봉한 부자는 두 손을 꼭 붙잡고 눈물을 쏟은 뒤 경찰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씨는 "아들을 잃고 부모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마음의 병까지 생겼는데 이제야 한을 풀게 됐다"라고 전했다.

정씨의 아들도 "지금껏 매년 명절이 와도 찾아갈 사람이 없어 쓸쓸했는데 올 추석은 아버지와 함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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