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희 안산문화재단 대표
지난달 27일 신임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백정희 한양대학교 무용예술학과 교수가 취임했다. 전임 대표들의 사례와는 달리 정통 학자 출신이 임명되다 보니 지명 당시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백정희 신임 대표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며 “백 신임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예술계 전문가”라며 “전문가답게 앞으로 안산문화재단을 잘 이끌어가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13일 백 대표로부터 취임 소감을 듣기 위해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실을 찾았다. 백 대표는 “전문가 출신은 뭐가 달라고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취임하신 지 2주 정도 됐다. 짧게 소감을 밝힌다면.
=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벌써 내가 독하다고 소문이 난 것 같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직원들도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들린다. 본래 워낙 강한 사람 이미지이기 때문에, '휘어질 줄 아는 성격을 재단에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근데 당장 잘못된 것이 눈에 보이니까 조금 고전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훌륭하신 분들이 문화재단을 거쳐 가셨다. 학계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전문성을 살려 안산문화재단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
Q. 무용계에서는 유명하신 분이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게 사실인 것 같다. 대표님의 이력에 대해 짧게 소개한다면.
= 걸음마를 떼고 나서부터 무용을 했다. 유치원 대신 무용학원을 다녔을 정도였다. 고등학교는 서울예고를 나왔다. 그러다 운명적으로 한양대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사실 우리 때는 서울예고를 나와 한양대를 가면 정말 못 가는 케이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은사님을 만나려고 한양대에 운명적으로 간 것 같다. 그 은사님 덕분으로 한양대에서 교수까지 하게 됐다. 한양대에서는 지난 1995년부터 '무용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무용과학회'. 무용예술행정 등 행정직에도 몸을 담게 됐다. 그 이력을 바탕으로 안산의 문화 발전에 일조하고 싶어 이번에 문화재단 대표로 오게 됐다.
Q.지난달 취임식 당시 재단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시민 밀착형 프로모션 ▲전략의 본질 ▲쉬운 홍보 이런 거 천명하셨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신다면.
= '쉬운 홍보'는 ‘어렵게 하지 말고 쉽게 가보자’는 의미로 한 말이었다. 여기 와서 홍보를 하려고 하니까 당장 신문, 방송 이런 거밖에 없더라. SNS 홍보, 블로그 등 이런 거를 적극 활용해보자는 얘기를 했다. 전광판 홍보가 전부인 줄 아는데, 전광판은 사람들이 ‘한 번 본 적 있다’는 정도에 그치지 그게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앞으로 다각적으로 할 수 있는 홍보를 구상해 볼 생각이다.
Q. 현재 준비하고 있거나 진행 중인 사업 중 특색 있거나 주목 있는 사업이 있다면.
= 제가 제일 신경을 쓰는 건 안산의 파워블로거 같은 것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 제가 취임한 이후 문화재단의 파워블로그나, 유튜브, SNS 같은 게 정신없이 올라가고 있을 것이다. 유튜브도 제가 오고 난 다음 조회 수가 많이 올라갔다. 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생각이다.
재단 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이건 전에도 있었던 제도이긴 한데, 전에는 있다가 말다가 하는 식이었다. 그걸 지금 더 적극적으로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 후원을 그냥 재단에다 돈만 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업에 지정해서 할 수 있는 후원, 특히 안산의 테크노파크나 공단의 후원을 이끌어 내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건 아직까지 시도한 건 아니지만, 매달 하루는 안산문화광장을 특색 있게 운영해 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10월 한 달은 대학생의 광장' 뭐 이런 식이다. 그래서 그 한 달 동안 광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마음대로 광장을 펼쳐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볼 생각이다.
Q. 대표님만의 차별화된 문화콘텐츠 전략이 있다면.
= 안산을 대표할 수 있는 공연 콘텐츠를 하나 만들 계획이다. 콘텐츠 하나를 잡아서 융복합된 콘텐츠 하나를 만들고, 그 이후 매해 그 콘텐츠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이끌어가 볼 생각이다. '2년 안에 할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2년 안에 어느 정도 보일 수 있는 수준의 콘텐츠만 만들면 보이기만 하면, 후속 대표가 그걸 어떻게 해서든지 할려고 할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어느 정도의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일단 재능 기부를 받아서 아이들을 키우는 일부터 시작해 보려고 한다는 정도만 밝히겠다.
Q. 14년 전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개관했다. 개관 이후 안산예당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지.
= 예당의 역할보다는 재단의 역할을 좀 더 보고 있다. 재단의 역할 중 중요한 것을 개인적으로는 한 3가지 정도로 보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안산시민의 문화 욕구 충족'. 그다음은 '안산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서포트'이다. 서포트는 단순히 돈만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포트를 통해 예술인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까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인재육성'이다. 이 세 가지 패턴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 한다.
Q.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서울예술의전당에 비해 급이 많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맞다. 바로 그거다. 같은 '호두까기인형' 공연이라도 서울에서 할 때는 호응이 좋은데 여기는 왜 안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맴버들을 최고로 구성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그래서 재단 직원들에게 무조건 이름만 거창하게 '국립발레단', 뭐 무슨 오케스트라. 이렇게 이름만 대지 말고 그 안에 어떤 맴버들이 왔는지 꼭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 전에는 대충 오는 거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안 쓰고 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분명히 유명한 단체가 왔는데 공연의 질은 그만한 수준이 되질 못했다, 그동안 문화재단이 안산시민들의 문화 취향을 너무 밑으로 본 것 같다. 대표들이나 여기 일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해서 시민들이 '그런 거는 우리 별로야'라고 거부를 했던 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좋은 공연이면 다들 거기에 대해 호응이 좋을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앞으로는 공연 하나를 열더라도 제대로 된 걸 무대에 올릴 것이다.
= 개인적으로는 ‘3본부 체제’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 2본부 체제하의 문화재단은 '풍선효과'라는 말처럼 자꾸 이쪽을 하다 보면 저쪽이 구멍이 나고, 저쪽을 하다보면 이쪽이 구멍이 나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제도로는 문화재단이 전시사업까지 맡아야 되는데, 예술의전당이랑 전시사업이랑 같이 맡기는 벅찬 게 있다. 결국에는 예산 문제인데, 지금은 예산이 거의 다 급여로 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업에 돈을 써야 하는데, 사람들 급여 주는 데 급급하고, 이런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3본부 체제로 가야 되는 게 맞지만, 현재의 예산 하에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님께도 건의해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Q. 안산의 대표적인 축제인 거리극 축제가 너무 전문적이어서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기엔
조금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은?
=>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저는 '거리극'이라는 게 사실은 거리 축제이다. 이게 거리 축제인데, 이게 거의 유럽에서 파생된 거다. 반면 우리나라의 거리축제는 '농악', 마당놀이이다. 그게 충분히 현대화 돼서, 거기가 활성화 돼서 숨을 쉬어야 한다. 그게 살아나야 우리 거리 축제가 살아나는 것이다. 근데 안산 거리극 축제가 너무 유럽 거만 갖다가 펼쳐놓은 느낌이 드는 건 인정한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제가 있는 동안 조금은 시정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거리극이라는 게 안산에 완전히 트렌드화 되고, 렌트마크화 된 거라 '거리극' 자체로 중앙정부에서 매년 1억씩 예산 지원을 받는다. 거리극이라는 장르가 자리를 잡았다. 어쨌든 그게 만들어지고, 우리나라에서도 거리극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고, 이런 거는 조금 인정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거리극은 거리극대로 살려주면서 살을 붙여 나가는 방법으로 해야지, 아예 거리극을 없애는 건 불가능 할 것 같다. 내가 그리고 있는 안산의 거리극 축제는 어쩌면 '극'을 빼버리고 거리축제로 갈까 싶기도 한다.
대담: 김익주 취재본부장 hero1710@naver.com
정리 및 사진: 오만학 기자 nti12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