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고추농사

 

최영칠 시인(안산문인협회 회원)

최영칠 시인(안산문인협회 회원)

 

 

사시사철 푸르디 푸른 나의 추억이

고향집 담장을 타고 기어오르는 여름

 

늙으신 어머니는 아침과 저녁

어머니의 삶이 깃든 텃밭에서

 

분가한 자식들의 머릿수를 헤아리며

고추와 파 마늘, 감자 농사를 지으신다

 

일년을 꼬박 기다려 얻은 여름휴가

어디를 간들 어머니 그늘만 한 휴가가 있을까

 

간만에 밭고랑을 타며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린

 

거룩한 어머니의 땀방울을

서너 포대 따고 나니 뙤약볕에

 

고추도 나도 벌겋게 익어갔다

간만에 응원군을 만나 어머니는

모처럼 허리를 쭈욱 펴고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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