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주관하는 고교생 토론대회에 심사위원으로 다녀왔다. 토론대회는 필자와 인연이 깊다. 2009년경 병역의무를 마치고 복학을 앞두었을 무렵이다. ‘토론의 달인, 세상을 이끌다.’라는 TV 다큐멘터리를 상당히 인상 깊게 봤다. 서구 문화는 토론에 익숙하고, 대학에서 토론대회가 활발하다는 내용. 토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서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학시절 각종 토론대회의 선수로 활동했다는 내용 등이었다. 생소했던 토론이 너무나도 매력 있게 다가왔던 순간이다.

대학에 복학을 해서 국내에 있는 토론대회를 찾아 다녔다. 토론을 공부하고, 같이 공부할 친구들을 모아 학내 동아리를 결성해 초대회장도 지냈다. 그러다보니 토론이 무엇인지, 토론의 목적은 무엇인지, 토론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고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됐다. 토론에 대한 나름의 신념도 갖게 되었다. 나의 대학시절은 절반 이상이 토론이었다.

그래서 토론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큰 애정으로 다가왔다. 잘 지켜보고,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학생들에게 이야기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심사를 하는 동안 학창시절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했고, 논리 정연하게 주장을 펼치는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도 받았다. 그리고 필자도 학생들에게 한 수 배우고 왔다. 필자가 생각하는 토론의 매력은, 토론이 ‘경청’의 힘을 키워준다는 것에 있다.

토론을 공부할수록 토론을 잘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상대방의 주장과 근거를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첫째로 상대방의 주장을 잘 들어야만 적절한 반박이 가능하고(상대방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쟁점에서 벗어난 동문서답을 하기가 쉽다), 둘째로, 상대방의 주장을 잘 들어야 우리측 주장의 부족한 부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우리측 주장과 근거는 더 탄탄하고 강력해진다.

토론을 대회로 치르다 보니 부득이 승자와 패자를 정하게 되지만, 사실 토론에는 승패가 없다. 토론의 목적은 상대방의 주장을 알아보고, 이해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론대회는 즉석에서 찬반 입장을 추첨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평소 자신의 신념과 다른 편에 서서 토론에 임하게 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균형있는 사고를 키울 수 있다. 말을 잘하면 토론을 잘 하는 것처럼 현혹되지만, 토론의 승자는 잘 듣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타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나와 다른 주장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내 입장을 보완하여 차분하게 말하는 것. 토론이 필자에게 알려준 귀중한 덕목들이다.

 

서정현 변호사 nackb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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