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변호사.

사람 사는 세상에 분쟁은 있게 마련이다. 그 유형이 다양한 만큼 해결방법도 다양하겠지만 결국은 법의 힘을 빌리게 되는 일이 많다. 교과서에서 배우듯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만 그게 어찌 쉬운 일이랴. ‘법대로 합시다.’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법원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은 유형의 민사사건은 어느 것일까? 언뜻 대여금 청구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었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7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6년 법원에 접수된 민사 1심 본안 사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건물명도·철거 소송’이었고, 손해배상청구소송, 대여금 소송, 매매대금소송, 양수금 소송 등이 그 뒤를 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진행했던 다수의 명도소송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 수가 결코 대여금이나 손해배상청구보다 적지도 않았다. 필자가 군법무관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도 대한민국을 대리하여 국유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피고들을 상대로 수차례 명도소송을 수행하기도 했다.

건물명도 소송은 부동산 소유자가 점유자에게 건물을 인도하여 줄 것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쉽게 말해서 건물을 비워달라는 소송인데, 명도라는 단어가 일본식 한자어라고 하여 근래에는 인도청구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기도 한다. 종종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어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하다. 유명연예인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유명한 가게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족발집 사장님과 건물주 사이에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도 결국 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처럼 건물 명도·철거 소송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건, 안타깝지만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그 소송의 원고가 되든 피고가 되든 말이다. 비단 건물주나 자영업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명도소송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한푼 두푼 모은 월급으로 열심히 발품 팔아 작은 방 하나를 계약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데, 분명 나는 보증금도 다 지급했고, 월세도 꼬박꼬박 내고 있고, 관리비 한번 밀린 적 없었는데 뜬금없이 ‘방 빼주세요.’라는 소장이 날아올 수도 있다. 이를테면 당연히 집주인 인줄 알고 계약을 체결했던 상대방이 사실은 권한 있는 임대인이 아니었다는 등의 사유로 말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입자와 기분 좋게 계약을 체결했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월세가 너무 비싸서 줄 수 없다며 월세를 계속 밀리는 바람에 소송을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까지 받았더니 이번엔 집행이 되지 않아 속을 썩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 사이에 상대방이 다른 사람에게 전대를 해버린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에는 그 자를 상대로 다시금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시간도 비용도 두 배로 들게 되는 꼴이다. 잠시 언급하자면, 이런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 점유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미리 점유이전가처분을 신청하여 집행불능 사태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명도소송을 청구하여 판결을 받는 데까지 보통 3~4개월 정도는 소요되지만, 권리관계가 복잡하여 6개월 내지 1년가량 걸리는 경우도 있다. 임차인이 차임을 연체하더라도 보증금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송을 거치게 되는 경우에는 일정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이처럼 예상보다 기간이 길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혹여 이와 같은 분쟁을 겪고 계시다면 신속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한다.

 

박정호 변호사 / euidaml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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