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헌재 결정이 있던 날, 동료 변호사와 점심을 먹으며 결과를 예측해 봤다. 어떤식으로든 위헌 결정이 있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일치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최근 하급심에서 내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고,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비로소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헌재 결정과 이번 결정의 차이는 여기에 있었다. 법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950여년 경부터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약 2만 명. 최근 5년간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약 2700여명. 연간 약 500여명.

그리고 헌재는 대체복무를 병역의 종류로 두지 않고 있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 논의는 많은 부분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 시행을 앞두게 되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 논의는 과거의 논쟁거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대체복무제를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전환해야 할 때다.

해답은 반대 견해에서 찾아야 한다. 반대 견해에서 제기하는 문제를 상당수 해결되는 안이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로 형평의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복무기간을 연장하고, 현역 복무와 같이 합숙을 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연간 신청인원을 제한하여 시행초기의 반발을 줄이자는 의견도 있다. 복무분야도 군에서 비전투 분야에 종사토록 하는 것과 공익근무요원의 복무분야까지 확대하자는 견해가 있다.

둘째로 악용의 문제다. 이는 대체복무 희망자를 어떻게 심사할 것인지로 귀결되는데, 심사기준을 정하는 문제, 심사의 주체를 정하는 문제, 심사하는 자가 얼마나 독립성을 가질 수 있는가의 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종교를 이유로 하지 않더라도 대체복무가 가능한 길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대체복무 제도를 잘 설계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고, 철저하게 운영하는 것에 신뢰가 담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역복무자들에게 그에 걸맞은 보상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금전적인 부분은 물론, 취업, 명예, 사회적 존경 등 현역 복무를 마친 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높은 차원의 예우가 병행 되어야만, 대체복무제가 잘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

군복무가 성역과 같은 우리 사회에서 대체복무제는 새로운 논의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대적 상황과 결부하여 모병제로의 전환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고, 여성의 병역의무에 관한 논의에도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은 원래부터 다양한데, 군복무만이 절대적인 가치였던 우리 인식에는 변화가 찾아 올 것이다. 군복무에 대한 편견도 변화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서정현 변호사 nackb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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