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진 초당대명예교수

7월 27일, 안산 도시공사에서 초지역세권 개발 시민참여단 1차 회의가 열렸다. 초지역세권 개발은 초지동 666번지 일원의 시유지 3만 6천 평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안산시의 시행 기관은 도시공사이고, 외부 참여 기관은 신성 엔지니어링이었다.

브리핑에 따르면, 안산시는 이 땅을 상업시설과 거주시설로 개발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시민참여단에게 준 설문지에 초지역세권에 거주시설을 만들면 입주하겠느냐는 설문과 그렇다면 평당 가격이 얼마면 적당하겠느냐는 구체적인 설문까지 있는 데서 증명된다.

하지만 시민참여단 중 의견을 발표한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개발 방향은 잘못임을 주장하였다. 이미 안산에는 많은 상업시설이 있는데, 또 상업시설을 짓는 것은 기존 상인들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또 주거시설도 넘쳐나는데, 굳이 금싸라기 땅에 주거시설을 지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초지역은 지하철 4호선과 서해선이 만나는 역이다. 앞으로 KTX 정차역도 된다. 초지역은 중앙역과 함께 미래 안산의 2대 중심역이 될 것이다. 따라서 초지 역세권 개발은 안산시의 미래를 좌우한다. 이런 곳을 안산시가 구태의연하게 상업시설이나 주거시설로 개발해서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면 큰 잘못이다.

시민참여단의 의견은 이것이다. 초지역세권은 안산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가꿔야 한다. 또 안산을 알릴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물을 세워야 한다. 안산만이 가질 수 있는 건물을 지어서 초지역을 통과하는 유동 인구들이 들를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과거 추진했던 돔구장을 지금이라도 지어야 한다. 또 건물들도 예술적으로 지어서 안산의 이미지를 올려야 한다.

필자는 시민들의 이런 의견에 공감한다. 덧붙여 세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초지역세권은 ‘아트 시티’로 개발해야 한다. 제종길 시장 때 영국 비숍 교수에게 의뢰해서 초지역세권을 ‘아트 시티(문화•예술 도시)’로 개발한다는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안산은 외부에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다. 공단 도시, 공해 도시, 범죄 도시, 다문화 도시, 세월호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려면 초지역세권을 ‘문화•예술’ 개념을 최우선으로 개발해야 한다.

둘째, 초지역세권을 ‘문화•예술 도시’로 만들려면 ‘문화•예술인 회관’을 지어야 한다. 현재 안산 예총 산하에는 9개의 문화•예술 단체가 있는데 자체 사무실을 가진 단체가 없다. 필자가 속한 안산 문인협회는 안산 시민들에게 문학 강의를 한다. 강의실이 필요하므로 조금 큰 사무실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 70만 원의 사무실을 임대해 쓴다. 가난한 문인들에게는 부담이 크다. 다른 문화•예술 단체들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초지역세권에 예총 산하 9개 문화•예술 단체가 들어갈 ‘문화•예술인 회관’을 지어주기를 제안한다. 회관이 있으면 문화•예술인들이 모일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곳이 안산 시민들의 문화•예술 중심 공간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셋째, 안산만이 가질 수 있는 건물, 랜드 마크가 될 수 있는 건물로는 ‘동춘 서커스 공연장’이 적격이다. 현재 대부도에 동춘 서커스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서커스단이다. 이 동춘 서커스단 공연장을 초지역세권에 짓자. 그러면 대한민국에 유일한 건물이 된다. 현재 대부도가 교통이 불편하여도 많은 분들이 동춘서커스를 찾는다. 초지 역세권에 서커스 상설 공연장을 만들면, 국내는 물론 외국 관광객도 안산을 찾게 될 것이다. 프랑스나 중국의 서커스는 대단한 관광 자원이다. 한편 돔구장은 곤란하다. 돔구장은 3,000억 원 이상의 건설비에 연간 운영비도 60억 원 이상이 들어간다. 안산시가 감당할 수 없다.

안산시에서 초지역세권을 개발하면서 시민을 참여시키는 건 잘한 일이다.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개발하기 바란다. 그래서 미래에 후회하지 않을 명작을 만들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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