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더위가 조금 가셨다. 100년 만의 폭염이 조금 누그러졌다. 살 것 같다. 모처럼만에 학과 교수들과 점심식사를 외부 식당에서 했다. 식사 주문과 식탁을 도와주던 50대 후반 여성 직원은 어찌하다가 안희정 전 지사 재판 이야기를 거침없이 한다. 당연히 여성이니 여성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할 줄 알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항변할 수 있었다며 안희정 전 지사의 변호사처럼 이야기한다. 여성단체들이 주장하는 반론을 열심히 펼쳐도 소용없다.

서울에서 여고를 나오고 4대문 안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거침없이 안산지역의 정치인들에 대해서 비판을 했다. 왜 정치를 시작했고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요지다. 모두 특별한 업적이 없어 보인다는 이야기다. 역대 안산시장이나 안산지역 국회의원 그리고 시의원들이 들으면 억울한 이야기다. 정말 열심히, 밤잠 안자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시민들이 알아주지 않으니 말이다.

혹시 대부분의 시민들은 인정을 해주는데 특정의 반대 세력이 비판을 한다고 할 수도 있다. 홈페이지에 게시했고 보도 자료도 열심히 냈지 않았는가. 또 조직을 동원해 구전 활동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의 논리는 이제 정치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범한 소시민들도 자신들의 논리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활약상을 열심히 설명해야 되는 게 아니라 누구 하면 얼른 떠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우리는 베이비부머라 부른다. 이제 대부분 직장에서 은퇴를 했다. 그들은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려고 하는 반면 이들은 그럴 필요도 없고 또 싫다. 은퇴 전에는 명함 한 장을 내밀면 설명이 필요가 없지만 명함이 없는 이제 자세히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활약상을 자세히 설명을 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베이비부머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최근 국회의 특수활동비가 도마 위에 올라있다. 처음에는 절대로 폐지할 수 없다고 했다가 원내대표만 폐지한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악화되는 여론을 의식해 상임위원장까지 폐지한다고 하는 듯하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1957년 카뮈와 슈바이처가 노벨 문학상과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카뮈가 상금으로 파리 근처에 아름다운 별장과 고급 승용차를 구입했고 슈바이처는 아프리카 랑바레네에 병원을 지었다. 3년 뒤 카뮈는 별장에 가다 교통사고로 죽고, 슈바이처는 3년 뒤에도 아프리카 랑바레네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카뮈의 별장은 지금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었지만 슈바이처의 병원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다.

돈을 벌기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사업을 해야 할 것이다. 명예를 얻기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전문분야의 업적을 쌓을 일이다. 진정 이 시대의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고 아픔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면 사명감을 가져야 할 일이다.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청와대와 여당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취업률도 나쁘고 취업의 질도 형편없다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19일 긴급 당정청 회의를 열어 '고용 쇼크'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히 청년 실업률이 정말 마음 아픈 일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 어김없이 전체 교직원들에게 대학의 취업률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너무 더딘 취업률을 보이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진정 정치인들이 두려워해야 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검찰이 아니라 바로 시민들, 특히 청년들이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는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취업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할 계획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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