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진(초당대 명예교수)

좌파와 우파는 대한민국의 기점을 가지고 싸운다. 좌파는 대한민국의 기점을 1919년 상해 임시정부로 잡는다. 우파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기점으로 잡는다.

2012년에 민족문제연구소는 '백년 전쟁'이라는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 동영상은 이승만 대통령을 '친일파'로, 박정희 대통령을 '미국의 하수인'으로 매도했다. '백년 전쟁'은 한국 현대사 100년을 친일·협력 세력과 독립·저항 세력의 전쟁이라는 이분법으로 규정했다. 대한민국을 '친일 세력'이 세웠다고 한다. 북한은 친일파를 철저히 숙청했지만 남한은 친일 청산에 실패했다고 한다. 그러니 정통성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친일파를 숙청한 건 공산 정권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북한은 독립운동가, 민족주의자, 민주주의자도 같이 숙청했다. 북한 김일성이 한 피의 숙청을 미화하는 건 공산주의를 미화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 청산에는 실패했지만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세운 것만으로도 공산 독재 정권을 세운 김일성 집단보다는 백 배, 천 배 잘했다. 지금 우리가 북한에 살고 있다면 좋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저하지 말고 북한으로 넘어가라. 자유 대한민국 안에서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경제적 번영을 누리면서 자유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공산 정권을 찬양하는 모순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일제 치하에서 살면서 조금이라도 친일하지 않기는 힘들다. 지금 친일파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조상 중에 일제가 만든 학교 안 다닌 사람 있는가? 일제가 강요한 창씨개명하지 않은 사람 있는가? 우리가 민족 시인으로 추앙하는 윤동주 시인도 창씨개명하고 일본 유학했다. 백선엽 장군과 박정희 장군이 일본 육사를 다니고 일본 군인이 됐다고 친일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들이 배운 군사 지식이 있었기에 6.25 때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일제 치하에서 살았던 조선인으로서는 아무도 친일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니 적극적 친일파 빼놓고는 너무 나무랄 일이 아니다. 제 얼굴에 침 뱉기이다. 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조선의 정치인들이 잘못이지 일본 식민지 치하에서 살았던 백성들이 잘못이 아니다. 다시 외적에 나라를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국민이 단결해야지 무의미한 친일 논쟁으로 국민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

작년부터 문재인 정권은 북한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같은 민족이고 언젠가는 통일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3대 세습 공산 독재 정권일 뿐이고 북한 인민들의 인권은 참혹하다. 그런데 벌써부터 북한 정권을 찬양하고 김정은이 한국의 재벌 2,3세들보다 낫다는 아부까지 하는 자까지 나온다. 그렇게 김정은이 좋다면 북한에 가서 김정은 모시고 살지 왜 이 지옥 같은 대한민국에 살면서 그따위 역겨운 수작들을 부리는가?

문재인 정부는 역사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빼겠다고 했다. 북한도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니까 거기에 대한민국을 맞추겠다는 것인가.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말도 뺐다고 한다. 유엔이 인정한 사실을 왜 우리 스스로 부정하는가? 도대체 왜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리도 흔드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을 '건국 100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해왔다. 최근에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일이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의 토대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19년에 세운 건 어디까지나 ‘임시정부’이다. 정식으로 대한민국이 출범한 건 1948년이다. 비유하자면 아이를 잉태한 건 1919년이고 출산한 건 1948년이다. 그러면 아이의 생일은 언제인가? 당연히 1948년이다.

바로 오늘 201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수립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날을 제대로 경축하지 않고 지나간다면 문재인 정부는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이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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