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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乙)과 병(丙)의 싸움으로 번진 최저임금 결정
반월신문 | 승인 2018.07.25 15:14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올해보다 10.9%가 오른 시간당 8350원이다. 사용자 추천 위원 전원과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 위원 4명이 불참한 가운데 강행한 투표의 결과다. 이로서 근로자들은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을 일했을 때 올해보다 820원(10.9%)이 오른 월 174만5150원을 최저임금으로 받게 된다. 다음달 3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면 내년 1월1일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 결정으로 내년 이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290만 명에서 최대 50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도 최저임금이 10.9%라는 두 자리 숫자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와 노동계가 함께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률은 작게는 2.74% 많게는 7.7%의 삭감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에 결정한 10.9% 인상은 실질인상률이 3.2%에 불과하거나 많이 잡아도 8.2%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사용자위원들 역시 “이번 결정은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이루어진 것으로, 향후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과 노동자위원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 “수용하지 않겠다.”며 “최저임금 불복종을 의미하는 '소상공인 모라토리움'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내년 최저임금과는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해 임금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에 강력 반발하는 소상공인들을 향해 정의당은 "최저임금은 힘없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지킬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 자신을 범법자들로 내몬 것에 반발해 거리로 나서겠다고 한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경제의 진실』을 쓴 미국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갤브레이스는 ‘소비자 주권’은 사기다.’라고 했다. 상업자본주의에서 산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에서 다시 독점자본주의, 신자유주의로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는 동안 자본은 점점 더 부자가 되고 노동자는 점점 더 가난해 지는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현상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서 보듯 ‘편의점주와 알바생’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을(乙)끼리 또는 을(乙)과 병(丙)과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직접 당사자인 자본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본은 용역, 도급, 사내하청, 소사장제도 모자라 불법파견까지 일삼으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문제는 을(乙)끼리 또는 을(乙)과 병(丙)과의 싸움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저 임금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건물주와 소규모 임대 상인, 유통 자본과 편의점주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불공정 관행과 갑(甲) 위주의 일방적 관계를 시정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한다.

노동자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결코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시급하다.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끝없이 오르는 임대료와 불공정거래의 이득 주체인 기득권, 즉 자본이라고 사실을 알아야 한다.

최저임금은 을(乙)과 병(丙)과의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보장이고 이 시대의 모든 이익을 누리는 갑을 향한 전쟁의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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