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의 오열, 시각을 다투는 구조 상황,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켜 대서특필되는 보도내용 그리고 아이들…. 세월호 사건을 겪었던 안산시민과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번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 탐루앙 동굴에 고립된 유소년 축구팀 12명의 소년과 코치의 기적적인 생환 앞에 망연자실하다. 아이들 전원이 구조되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는데도 속이 쓰리다. 사건을 접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되는 모든 상황이 세월호와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더욱 가슴을 쓰리게 했던 것은 ‘태국 12명의 동굴 소년들 모두 무사’라는 기사가 속보로 올라온 때이다. 17일을 동굴 속에 갇혀 있었는데 단 한 명의 아이도 다치거나 죽지 않았다니 믿기 어려운 보도 앞에 우리는 세월호 사건이 오버랩 된다. 세월호 당시 우리는 단 한 명의 아이도, 그야말로 단. 한. 명. 의. 아. 이. 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똑같이 ‘모두 무사’라는 속보가 떴는데 태국은 사실이었고 우리는 허위보도였다. 사건을 풀어가는 정부의 방식도 달랐다. 태국은 ‘어떻게 구조할 것인가’에 대해 전문 구조대원들이 계속 논의하였으며 차근차근 방안을 실행에 옮겨나갔다.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을 비롯해 영국 동굴탐사 전문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구조대원들 등 선진국에서 투입된 전문 구조대원들과 손발을 맞추며 구조 작업 진행에도 차질이 없었다. 구조되지 못하고 남은 소년 가족들을 배려하기 위해 구조자의 신원 공개도 철저히 통제하며 오직 구조에 집중했다. 큰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은 위기 상황과 구조대원의 산소 부족으로 인한 희생 앞에서도 그들은 우리 대한민국을 고개 숙이게 했다.

태국 당국은 1000여 명을 동원해 시간당 1600만 리터가량의 물을 동굴 밖으로 퍼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가 하면, 열악한 구조 환경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식료품 등을 줘 동굴 안에서 버티게 하고 2~3개월 뒤 걸어 나오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예상 앞에, 폭풍우 앞에, 주저할 시간이란 없다고 판단하고 구조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 결과 모두의 우려를 뒤로하고 애틋했던 생환의 소식을 전 세계인 앞에 쏟아 놓았고 모두가 환호했다. 다만 우리 대한민국은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더는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태국 당국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네이비실 출신의 사만 쿠난이 구조작업 도중 숨진 사실에 대해서도 예우를 갖춰주었다. 태국 보건부 사무차관은 “아이들이 구조대원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정신적으로 건강해졌다고 판단해 소식을 전했다. 13명이 모두 눈물을 흘렸고 추모의 메시지와 그림을 바쳤다. 그리고 1분간 묵념했다. 아이들은 사만에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표했고 사만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도 했다”고 전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의 장례식은 태국 국왕이 성대하게 치를 수 있도록 후원하였고 칙령을 통해 그를 소령으로 특진시키는가 하면 왕실 최고훈장도 추서했다. 태국의 예술가들이 고인 추모에 동참하였으며 지역 예술가 300여 명은 대형 캔버스에 사만을 비롯해 구조작업에 동참했던 사람들을 묘사한 ‘영웅들’이라는 그림을 동굴 내 공간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6개월 이내에 사만의 동상을 동굴 입구가 마주 보이는 곳에 세울 예정이란다.

무엇이 다른가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 7월 19일, 사망자 299명을 기록한 세월호 사건에 대해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 배상 소송이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살맛 나는 안산’이라는 슬로건도 참 좋지만, 만인의 가슴을 도려내었던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그리고 선거 유세 첫날 거론되었던 세월호 희생자 추모시설인 봉안당 건립장소에 대한 윤화섭 시장의 소신발표를 기억한다. 이제 안산시민도 편안한 마음으로 꽃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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