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들이 정착을 선호하지 않는 우리나라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통계에 따르면 2017년 6월, 대략 15만 명의 무슬림 인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산시 인구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무슬림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할랄 음식과 맞춤형 기내식 전문업체인 샤프도앤코는 1일 최대 3천 식밖에 만들 수 없는 작은 업체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도 1일 3만 식을 충당해야 하는 아시아나 기내식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일손과 장비, 공간 등이 삼척동자라 해도 한 눈에 그려질 것이다. 그럼에도 샤프도앤코와 기내식 납품 계약을 체결한 아시아나 측의 행보는 많은 의문점을 낳는다.

내막을 살펴보면 가관이다. 15년간 기내식을 차질 없이 공급해 주었던 LSG스카이쉐프(독일 루프트한자항공계열)에 감사하며 상생을 모색하기는커녕 주식 강매를 요청하여 계약 파기 조장, 생산시설 증축 요구, 170억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게 하고, 돌연 계약 기간 취소 주장, 모든 사실 극구 부인, 금호타이어를 살리기 위해 중국 하이난의 자본유치 조건으로 GGK(게이트고메코리아) 선정, 오픈 예정이던 GGK 한국공장 화재까지, 파란만장한 여정 중에도 아시아나의 실책 사유는 꼭꼭 숨어있으려고만 한다. 15년을 든든히, 말없이, 뒤에서 밀어주었던 업체를 이기심으로 손에 쥐고 흔들려다가 망신만 당한 아시아나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책임은 이 긴 여정의 끝에 서 있던 엉뚱한 화인CS 대표였다. 음식 포장업체인 화인CS는 샤프도앤코에서 아무리 코를 빼고 기다려도 3만 개 물량이 나오지 않아 항공기 출발 시각 내에 포장을 맞추지 못하게 되었고 아시아나로부터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만다. 화인CS 대표의 자살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아시아나의 이기적 사고는 끝을 모른다. “대한항공 측이 도와주지 않아서 사태가 더 커졌다”며 여전히 혼자만의 가속 페달을 밟은 채 일방통행 중이다. 고대 그리스의 이솝우화 중 An Ass and A Horse(노새와 말)를 보면, 많은 짐을 혼자 나르던 작은 노새가 함께 여행 중이던 커다란 말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커다란 말은 자기 짐이 아니라며 거절한다. 결국 작은 노새는 쓰러져 죽게 되고 이때 주인은 모든 짐을 노새에게서 커다란 말의 등으로 옮겨 싣는다. 또한 조선 후기 실학자 우하영(禹夏永)의 천일록(千一錄)에는 “영서, 영동을 막론하고 밭을 두 마리의 소로 간다.”고 하여 메마르고 척박하여 깊이 갈아야 하는 땅일수록 무거운 쟁기를 이용해야 하기에 한 마리 소로 밭을 갈게 하지 않고 두 마리를 함께 메어 두 소가 끄는 쟁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이라고 자랑삼아서 말하기는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외교, 국민 수준 등 전체적 기반에 통계를 거친 합리적 차트에서 볼 때 OECD 국가 중 이민 가기 좋은 나라 순위는 겨우 36~40위에 머물고 있다. 아직은 척박한 땅인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 협력과 상생을 선두 해야 할 대기업에서 비극을 초래하고도 국민 앞에 어이없는 코스프레를 멈추지 않고 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커다란 말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낳은 작은 노새의 죽음과 같은 참담한 비극이 안산에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윤화섭 안산시장 당선인이 해안주택조합원들의 천막농성장을 찾아 나선 첫 행보는 의미가 깊다. 소통과 조율로 함께 성숙해지는 안산시는 부디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 이기심을 내려놓고 서로를 돌아보아 주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윤동주의 시처럼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는 새로운 길이 펼쳐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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