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한국대표팀 선수는 골키퍼 조현우, 공격수 손흥민, 수비수 김영권이었다. 그러나 이 선수들보다 더 인기몰이한 이들이 있으니 신태용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이다.

"통쾌한 반란 일으킬 것"이라며 월드컵 출정식을 마쳤던 신태용 감독은 한국 축구계의 보기 드문 강심장이라는 풍문에 이름값이라도 하듯 외골수적 선수기용과 전술을 고집하였다. 그 결과 러시아 월드컵 본선 3차전을 치르기 전까지 옹골진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또한 "히딩크 감독이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재단 관계자가 전해왔으나 대한축구협회는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거나 코치로 강등할 명분과 이유가 모두 빈약하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축구팬들의 히딩크 외침도 일거에 묵살하였다. 팬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단절한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오로지 국민적 비난뿐이었다.

이른바 '똥고집'과 트릭으로 일관하며 치른 6월 18일 스웨덴전은 유효슈팅 0개로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0대 1로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된다. 조나단 윌슨 영국 '가디언' 축구 전문 필진은 "상대 센터백이 장신인데 우리도 장신 공격수를 기용한다는 발상이 이상했다."며 배후 침투를 놓친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하였고 국민들은 축구협회의 개혁을 외치기 시작했다. 신태용 감독의 전술을 탓하며 온 나라가 월드컵을 망치고 있다고 입을 모을 때 본선 1, 2차전 경기 패배의 주범으로 수비수 장현수 선수가 도마 위에 오른다. 필자는 3차전 경기를 치를 때 장현수 선수에게 동정심마저 일었다.

1, 2차전처럼 그가 또 실수하게 된다면 온 국민이 쏟아내는 비난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월드컵을 망친 연세대 라인의 퇴출 외침은 TV와 SNS를 사로잡았다. 흥미로운 일은, 대한민국이 가마솥 안에다 삼계탕을 고아내듯 이 모든 이들을 푹푹 삶아댔지만 1%의 희망을 기대하며 모두 TV 앞에 앉아 다시 응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알몸으로 가마솥 안에서 살갗이 벗겨지고 뼈가 녹아내리던 이들도 이제 이를 악물며 진액을 짜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액의 투지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하였다. 세계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2대 0이라는 승전고가 터져 나온 것이다.

1%의 희망, 그것은 에너지의 기원이었다. 끝도 없던 비난은 일순간 모두 사라졌다. 세계 각처에서 대한민국과 함께 환호하며 행복한 승전가를 불렀던 그 밤은 결코 더는 어둡지 않았다. SNS에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 너무 자랑스럽다." "너무 멋지다."며 그간 하고 싶었던 응원의 봇물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 포기하지 않는 1%의 희망에 상대가 진심과 성심으로 반응해 주니,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어 모두의 짓눌린 가슴에 숨통을 트여주는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달 28일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단은 첫 상견례를 했고 7월 3일부터 의장단 선출, 상임위원회 배분 등 실타래를 풀기 위한 진통이 시작될 것이다. 곳곳에 포진된 비난의 장애물을 넘을 때마다 간담과 뼈를 녹여낸 진심을 보여주기 바란다. 1%의 희망, 국회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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