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진(초당대 명예교수)

6월 13일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되어 간다. 끝난 바둑을 검토해 보는 걸 복기한다고 한다. 바둑이 늘려면 복기는 필수이다. 지난 선거를 복기해 봄은 더 나은 정치를 위한 새로운 포석이다.

안산 시장 선거는 비교적 당락을 점치기 쉬운 선거였다. 후보가 세 명 뿐인데다 3번에겐 미안하지만 당선 가능성은 1번과 2번 두 명뿐이었다. 누가 선거운동을 잘했나? 1번이 잘했다. 1번은 정책 선거 운동을 했고, 2번은 상대방 반대 선거 운동을 했다.

선거 홍보물과 벽보판을 봤을 때 깜짝 놀랐다. 2번이 고개를 푹 숙이고 “안산을 살려주세요!” 했다. 고개를 숙이는 건 패장의 모습이다. 이때 이미 선거는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산을 살려주세요!”라니? 시장이 되고픈 사람이 “안산을 살리겠습니다!”고 해야지 시민에게 살려달라고 하면 되나? 이렇게 자신 없는 사람을 찍고 싶은 시민이 많겠는가? 가장 젊은 후보가 이렇게 나약하게 나오니 기가 막혔다. 젊은 후보로서 장점을 스스로 버렸다.

이에 반해 1번은 온화하게 웃는 모습에 “대한민국은 문재인 안산시는 윤화섭”이라고 적었다. 인기 높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을 받으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3번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래 역시 일 잘하는 시장!”이었다. 시장 경력이 있는 후보의 장점을 잘 살렸다.

홍보물 안에서도 1번과 2번은 차이가 났다. 2번은 중요한 홍보물의 2쪽을 상대방 후보 공격에 썼다. 1번과 3번은 상대방 공격은 전혀 없었다. 오직 2번만 그랬다. 선거는 자신을 뽑아 달라는 일이지 상대를 떨어뜨려 달라는 일이 아니다. 2번 후보는 선거의 본질 자체를 오해하는 것 같았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그랬다. 예를 들어 1번이 지하철 4호선을 지하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자 2번은 불가능한 공약, 거짓말이라고 공격했다. 시민은 누구를 지지할까? 당연히 숙원사업을 해결해 보겠다는 1번을 지지한다. 지하화가 되고 안 되고는 해봐야 안다. 하지만 2번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포기하고 아니 오히려 지하화가 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걸 시민은 좋아할 수 없다.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가 문제다. 1번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접근한다. 반면에 2번은 안 될 일을 왜 시도하느냐고 희망의 싹부터 잘라버린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후보를 좋아할 시민이 많을 리는 만무하다.

선거 막판에 2번의 플레카드가 바뀌었다. 거짓말하는 1번을 뽑겠느냐는 노골적인 공격이었다. 그렇게 해서 2번이 당선될 줄 알았다면 너무 큰 착각이다. 선거운동 2주간 안산시민들은 2번의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지쳤다. 거기에 막판의 플래카드가 짜증을 폭발시켰다. 플래카드는 1번을 찍지 말라고 했지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선거는 자기 장점과 계획을 내놓고 자신을 찍어달라는 일이지 상대방 단점을 공격해서 떨어뜨리는 일이 아니다.

물론 이번 안산시장 선거는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추모공원 만드는 일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것만이 안산시의 유일한 현안은 아니다. 설사 2번 공약대로 그 일이 백지화됐다고 하더라도 현 화랑공원을 현상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추모공원 만들면 불편하지만 안 만든다고 안산시가 더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후보들은 그 문제에 대해선 자기 입장만 밝히고, 어떻게 안산시를 발전시킬지 비전을 제시하는 데 더 주력했어야 한다. 그런데 2번은 시장선거 첫날부터 화랑공원에서 인간띠 잇기 행사로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등 추모공원 반대에 올인했다. 선거 전략의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선거공약도 그렇다. 공약은 숫자를 써서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신뢰를 준다. 1번은 300만원, 100원 식으로 구체적인 숫치를 썼다. 이에 반해 2번은 숫자가 전혀 없다. 홍보물을 보는 시민들은 2번 공약은 구체성이 없다고 본다.

지나간 선거를 되돌아보는 건 앞으로 정치를 더 잘하기 위함이다. 2번 후보를 비판하는 건 그가 젊고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정치인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언을 했다. 안산시는 투표율이 전국적으로 가장 낮은 편이다. 정치인들은 이런 문제도 연구해서 개선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