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민들레가 시처럼 노래처럼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진 그림책이 있다. <민들레는 민들레>. 우리가 잘 아는 그 민들레다. 공원에, 돌 틈에, 보도블록 사이에 피는 질기고 강한 생명력의 민들레를 우리는 익히 보았다. 때로는 감탄했고 때로는 무심히 지나쳤다. 흔한 민들레는 그냥 민들레였다. 그런데 이 그림책의 민들레는 그냥 민들레가 아니다.

책의 첫 장부터 ‘싹이 터도 민들레 잎이 나도 민들레’라고 말한다. 싹부터 민들레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냥 민들레는 봄의 어느 순간이면 있었다. 미처 몰랐다. 노랗고 예쁜 꽃을 피우기 이전부터 애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바람에 날려 떨어진 그곳이 어디든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싹을 틔워 꽃을 피어낸다는 것을.

민들레가 피어있는 산동네 풍경도 정겹다. 어떤 이는 내가 살았던 동네가 아닌가 할지 모르겠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풍경에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민들레를 숨은 그림 찾듯이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아이와 함께 돋보기를 들고 찾아보면 더 즐겁다. 어느 집 창가 깨진 컵에 피어있는 한 송이 민들레에 시선이 머문다. 책 표지에 있는 그 민들레다. 주인공마냥 당당하다.

도시 한복판 벽, 갈라진 틈 사이로 한 무더기 민들레가 피어있다. 팍팍한 도시의 삶에 위안이 되라고 피어 있는 듯하다. 가로수 나무 밑 덮여진 얼기설기 철판 사이로 핀 민들레는 ‘나는 여기서도 핀다’ 라고 말을 건넨다. 나도 ‘그래 대견하다’ 대답해 준다.

홀로 피어 있든, 둘이 피어있든, 들판 가득 피어있든, 민들레는 민들레라고 노래하는 이 그림책에서 왠지 모를 위로를 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살다보니 외롭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문득 외로움을 느껴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말없이 건네는 위로가 따뜻하다.

어느덧 꽃이 지고 하얀 솜털이 가득 씨앗이 맺힌 민들레는 또 한 번 바람을, 아이들을 유혹한다.

나를 불어줘 멀리멀리 날려줘 하면서. 바람에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은 자유롭다. 될 수 있으면 멀리 날아간다. 날아간 그곳이 어디든 민들레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민들레의 자신감이 부럽다. 그 자유로움이 멋지다.

처음에 이 책에 대한 정보 없이 너무 좋은 그림책이라고 여기저기 소개하고 선물도 했다. 알고 보니 2015년 볼로냐라가치상 수상작이었다. 역시 좋은 책은 누구나 다 그 가치를 알아본다. 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감동하고 위로받는 그림책, <민들레는 민들레>가 주는 따뜻한 위로를 모두 느껴봤으면 좋겠다.

이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민들레가 나를 부르기도 하고 내가 민들레 주변을 맴돌기도 한다. 어느 봄날 공원을 산책하다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쳐다보았다. 한동안은 그럴 것이다. <민들레는 민들레>가 주는 여운이 가실 때까지 한동안은 민들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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