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대학교에서 형사소송법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주가 종강이다.

이번 학기는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 강의인데, 매주 세 시간의 수업을 준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본업과 병행하다 보니 일과가 바쁠 때에는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강의 준비를 해야 했다. 행여나 내용이 소홀해 질까 노심초사하기도 하고, 초보 선생이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강의 전날 늦은 시간까지 책을 봐야 했다.

그래도 덕분에 새롭게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실무에서 간과했던 내용들도 다시금 발견하고, 미처 그 진의를 깨닫지 못했던 판례, 조문, 이론의 의미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 학생들이 무심코 던진 질문에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학생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참 많은 시간이었다. 강의를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다시 차분히 책을 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종강을 하게 되니, 마치 내 공부도 학기를 마친 것 같아 시원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졸업 후에 찾는 캠퍼스는 유난히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 삼월의 화창한 봄날에 대학 캠퍼스를 방문했을 때의 그 풍경이 생생한데, 날씨가 너무 빨리 더워진 거 아닌가 싶다.

종강을 하고나면 시험이 기다린다. 학생 때는 기말시험이 있는 유월은 고통이다. 어서 빨리 시험을 끝내고, 밤새도록 술을 진탕 마시고 놀고 싶은 마음이다. 시험기간에 봤던 시사프로그램, 뉴스, 스포츠 중계는 유난히 더 재미가 있었고, 잠은 평소보다 더 많이 왔다. 돌아보면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났는지 아쉽고 그립다.

선생의 입장이 되고나니, 시험을 출제하고 성적을 부여하는 것도 큰 곤혹이다. 그래도 지난학기는 대학원 강의를 해서 평가가 다소 자유로웠다. 절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부 수업은 엄정하게 상대평가가 적용되어, 수강생 누군가에게는 C와 D를 줘야 한다. 평가를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A를 주는 걸 고민하는 시간보다 C와 D를 고민하는 것이 더 힘들다.

지난 주말에는 학생들과 종강 기념으로 저녁을 함께 했다. 맥주도 한잔 곁들여서 짧은 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젊은 대학생 친구들은 사소한 것에도 많이 웃고,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술도 잘 마시며, 활기차고, 미래에 대해서는 진지하다. 그 자리에서 내 대학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그리고 대학시절 종강 무렵 한 교수님이 했던 이야기도 떠올랐다. “자네들이 나중에 20대를 돌아보았을 때, 그 지나간 20대가, 그 청춘이 그립지가 않고, 너무나도 끔찍해서 결코 절대로 돌아가기 싫을 정도로, 그렇게 치열하게 고통스러운 20대를 보낸다면, 자네들은 나중에 성공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종강을 하고나니, 나는 벌써 대학시절이 그리운 걸 어쩌나,

 

서정현 변호사 nackb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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