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아름다운 공원 중 하나인 노적봉폭포공원이 한창 물오른 장미들로 장관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 북적북적 활기가 넘쳤다.

그늘진 곳곳마다 가족, 친구, 연인들이 자리 잡고 앉아 글쓰기로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 폭포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멋들어지게 시낭송하는 모습, 즉석에서 캐리커처 그리기와 시화를 만들어 전시하며 신나하는 모습, 투호던지기와 재기차기로 흥겨워하는 모습모습들. 한국문인협회 안산지부가 주관하는 ‘전국 상록수 백일장 및 시낭송대회’가 만들어낸 격조 있는 영상이다.

문화예술의 도시답게 해마다 오뉴월이면 안산 이곳저곳은 축제 등 각종 행사로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올해는 시, 구, 동 관련 행사들이 대부분 613 지방선거 뒤로 미뤄졌다. 그래서 조금 심심한 감을 느끼던 중에 치러진 안산문인협회의 행사가, 봄 끝자락과 여름 초입을 문학으로 달구어 연결하는 뜨거운 축제의 한마당을 이루었다.

축제에 정치인들이 빠지면 시원섭섭(?)하다.

그런데 선거를 앞둔 현재, 행사장에서 선거법 위반 문제로 후보는 인사말이나 축사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행사에는 잠깐 얼굴만 보이고 가거나 아예 오지 않거나 하는 후보가 많았다.

그런데 J당의 L시장후보는 같은 당의 도의원, 시의원 후보와 함께 식전부터 와서 식을 다 끝내고도 한참을 참여하여 눈길을 끌었다. 의도는 알 수 없으나 별 이득 없는 상황이 분명함에도 문학단체에 보여주는 관심이 회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안산문인협회의 회원이기도 한 제종길 시장의 경우도 사모와 교대하면서까지 단체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어 이번 재선시장 낙마를 많이들 아쉬워했다.

인지상정이라고 문학을 사랑하고 지원하여 살리려는 정치인에게 단체원들이 호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 나아가 정당의 색깔을 떠나서 각 후보의 됨됨이나 정책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시간을 통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만한 지역 일꾼을 가려내어 지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문화예술단체 소속 유권자로서 해야 할 마땅한 일이라고 본다.

안산에는 문인협회뿐 아니라 국악, 무용, 미술, 사진작가, 연극, 연예예술인, 영화인, 음악까지 아홉 개의 공인된 협회가 있다. 모두 한국협회의 지부 혹은 지회들이다. 이들 프로들이 모여 사단법인 안산예총을 이룬다. 안산예총 또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안산지부다. 결코 작은 단체가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홉 개의 협회 중에 번듯한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곳이 별로 없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회비로만 운영되는 곳이 많다보니 사무실 운영은 사실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그나마 문인협회는 사무실을 가지고 있어 다른 협회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멋진 달란트를 시민들과 나누는 문화예술 행사를 하나 하려고 해도 자체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생업을 뒤로 하고 머리 모아 사업을 발굴하여 응모해서 따내고 발품 팔아 후원까지 받아내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힘든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협회의 집행부는 죽도록 뛰어도 욕 안 먹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돈 한 푼 나오지 않고 계속 들어가기만 하는 협회를 위해 나서서 일하는 이유는, 문화예술을 사랑하여 계승하고 전개해야 한다는 의무감 내지는 책임감 때문이다.

이런 봉사와 희생들이 모여 안산이 산업의 도시에서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감히 확언한다.

그래서 말인데, 613 지방선거에 나오는 후보들께 안산의 문화예술 분야가 앞으로 이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고 싶다. 문화예술인들이 돈 때문에 엉뚱한 곳에 힘 빼지 않고 마음껏 재능을 갈고닦을 수 있는 공간, 서로 교류하며 나눌 수 있는 공간, 언제든지 공연이나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가칭 ‘안산예총회관’이라 불러본다. 회관에는 아홉 개 지부 각각의 사무실이 따로 있고 소회의실 몇 개와 대회의실 하나, 다수의 강의실, 그리고 공연장이 있으면 참 좋겠다.

이번에는 왠지 문화예술의 황금기를 맞는 안산이 실현될 거 같은 좋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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