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와 GE는 좋은 기업이다. 각각 첨단 산업 분야에서 CEO의 창조적인 경영방식을 바탕으로 세계 일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이 세계 최대 기업인 것은 아니다. 시가 총액 기준 2008년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은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 차이나’다. 그렇다면 2위는? 역시 미국의 석유 메이저 ‘엑손 모빌’이다. 기술력이나, 카리스마도 중요하지만 석유를 다루느냐가 기업의 힘을 가름하는 셈이다.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 프롬’은 어떠한가. 가스 프롬의 대 주주들이 러시아와 동유럽을 들었다 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자원·에너지가 권력인 시대다. 게다가 석유 값이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고, 각종 원자재 가격도 치솟으면서 힘의 집중은 더 심해지고 있다.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는 자원 전쟁에 한창이다.

대한민국도 자원 확보에 뛰어들었다. 지난 정부 시절 국무총리가 중동으로 자원외교를 떠났고, 기업은 해외 자원 탐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때늦은 감도 있지만, 당연한 선택이다. 물론 전략을 실행함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원을 확보하려 외국으로 떠나겠다고 광고하는 것은 협상과정에서 우리 측에 득될 것이 없다. 조용하게 협상하고, 상호 신뢰를 다짐으로써 우호 분위기를 조성하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의 해외 자원 탐사·개발 또한 신뢰가 기본이다. 중국은 어그러진 자원 확보 전략으로 인해 나이지리아에서 反 중국정서로 고전하고 있다. 대상국가의 자원을 ‘정복’하겠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보다, 기술을 전수하고 상호 호혜 관계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쉬울게 없는’ 나라들에게, 아쉬움을 만들어 주는 것이 대한민국 자원 확보 전략의 기본이다.

총리가 뛰고, 기업인이 뛰어도 안 될 것은 안 된다. 아무리 대량의 자원을 ‘전략적으로’ 확보한다고 해도, 자원을 헤프게 쓰는 국민이 있는 한 무용지물이라는 말이다.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원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근본적인 문제다. 자원 위기의식이 부족한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환경 교육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과, 자원을 아껴쓰는 것은 서로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덜 타고, 냉방기를 덜 가동하는 것은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자원 낭비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선진국에서는 보편화 되어 있는 환경 교육이 대한민국에서는 허울뿐인 현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각급 학교에서 환경 교과서 채택을 의무화하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던 환경 교육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자원은 ‘잘’ 수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덜’ 쓰는 것이 여러모로 최선이다.

우유팩을 모아 붙여 모형물을 만드는 이벤트가 대한민국 환경 교육을 대표한다. 그마저도 ‘환경 주간’이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 환경 교육의 전형이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교실의 에어컨을 적정 온도로 조절하고, 교정에 나무를 심는 실제적 노력이다. 자원 절약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환경 교육에 투자와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환경 교육이 바로 설 때,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국민의식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는 한국의 자원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길이다.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으려면, 수입을 잘 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수입량을 줄이려고 애쓰는 것이 우선이다. 자원은 구할 때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지만, 쓸 때는 소소익선(小小益善)이다.

저작권자 © 반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