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마존 숲속에 살고 있는 까치들도 거짓말을 한다. 아마존 유역에는 흰날개때까치와 개미때까치가 함께 무리를 지어 살고 있는데, 매와 같은 천적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돌아가면서 보초를 선다. 그런데 한 연구결과를 보면 보초가 천적이 접근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7번 중 1번 정도는 거짓 경보를 울린다고 한다. 천적이 접근하는 것처럼 거짓 경보를 울림으로써 까치 무리가 몸을 숨기게 한 뒤, 유유히 눈에 띄는 벌레들을 먹어 치운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 경보를 울린다는 점에서, 위기에 대처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는 ‘보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언론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릴 때가 있다.

언론의 거짓이 의도적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언론은 정확한 보도를 생명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몰라서 실수했다고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만약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거짓 보도를 했다면 언론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군사 정권 시기 언론의 보도 태도가 그렇다. 1980년 광주민주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했고, ‘땡전뉴스’로 대표되는 정권 찬양 보도를 일삼았다.

최근에도 살아남기 위해, 또는 언론사의 이익을 위해 정직하지 못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이나 신문법과 관련해서 매체별로, 회사별로 이익에 따라 첨예하게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노조의 도로점유 시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의 법집행을 촉구하면서 자사의 범법 행위에 대한 공권력의 법집행에 대해서는 언론탄압이라며 맞서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언론이라면 존재 이유를 되물어야 한다.

언론이라면 사사로운 이익을 초월한 공공의 보초, 즉 감시견(watchdog)이 돼야 한다. 최근 대한민국 경제 위기설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경제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외환위기를 부추겼던 언론의 폐해는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현재 상황이 위기라면 위기라고 경보를 울릴 수 있어야 하며, 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경제 운용 정책에 힘을 실어주려는 목적에서 경제 위기를 축소한다거나,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제 위기를 부풀리는 것은 공익에 충실하지 못한 태도다. 회사의 사사로운 이익과 논조를 떠나, 객관적으로 사실을 보도해야 한다. 경제난이 가중되어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언론 본연의 역할인 ‘공정 보도’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고장난 시계도 한 번은 맞는다. 시곗바늘이 어디에 멈춰있든 시간은 흘러가게 마련이므로, 하루 중 한 번은 맞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외환위기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인지 최근 들어 대한민국의 경제 위기를 지적하는 언론이 부쩍 늘어났다. 우리 경제가 위기라며 끊임없이 경보를 울리는 언론과, 펀더멘털은 문제없다며 경제 주체의 조심을 당부하는 정도로 그치는 언론으로 갈라져 있다. 경제 위기에 관해서 서로 다른 의견이 맞서고 있으니, 두 시계 중 하나는 맞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언론에게 기대하는 것은 ‘고장난 시계’가 아니다. 어찌어찌하다 한 번은 맞아 떨어지는 부정확한 경제 보도로 만족할 수 없다는 말이다. 혼란스러운 경제 현실을 오로지 공익을 기준으로 꼼꼼하게 점검하고, 적절한 시기에 경보를 울림으로써 경제 보초의 역할에 충실한 언론이 되어야 한다. 언론은 ‘아마존의 까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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