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세상이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휴대폰 알람에서부터 잠이 잘 오는 음악을 들으며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이게 없으면 살 수 없다.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고 우산을 챙길지도 결정한다. 이제 길 걷는 시간도 심심하니 휴대폰 보고 걷는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뉴스를 보거나 카톡이나 밴드로 수다를 떨어야 한다. 영화를 보고 드라마도 본다. 게임에 몰두한다. 지하철에서 책 안 본다고 훈계하던 사람들이 기억난다.

옛날에 우리가 어찌 살았는지 알 수 없다. 9시 뉴스를 보지 못하면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 아침에 그 많은 종이신문을 가지런히 책상에 놓고 신문을 보던 모습이 생각난다. 혹시 바빠 그 신문을 읽지 못하면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침에 배달되던 그 신문에 나쁜 기사라도 날까 봐 전날 가판신문을 구입해 확인하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시대다.

종이신문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걸으며, 밥 먹으며, 심지어 화장실에서 휴대폰에 매달린다. 가히 ‘열공’이다. 이제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져 가고 있다. 여론의 왜곡도 바로잡혀가고 있다. 대부분의 이슈들이 시장에 즉시 반영되고 있다. 굵직한 정치 이슈부터 연예인들의 신상까지도 말이다.

대부분 시민들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5월 22 한미 정상회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등 정치 일정을 세세히 알고 각기 개인적인 견해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또 5월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예정된 풍계리 핵시설 폐기 기자단 명단 거부 등 소식과 그 원인이 한미 군사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공사의 국회행사 때문임도 잘 알고 있다. 휴대폰 덕분이리라.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는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수요와 공급의 접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는데 여기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된다. 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일정한 한계가 있었고 따라서 상당한 왜곡이 불가피했으나 이제는 휴대폰으로 인해 그렇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 현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시장 동향 중 관심 있게 보는 항목이 있다. 한국 CDS(Credit Default Swap)다. 이는 기업이나 국가가 파산해 채권,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사고파는 신용파생상품이다. JP모건의 블라이드 마스터스 글로벌 상품 부문 대표가 1997년 개발해 전 세계를 상대로 판매했다. 한국 CDS는 2017년 말 52.790에서 5월 17일 현재 44.255로 전년 대비 16.44% 하락했다. 남북문제 해결 기미가 반영됐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험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다.

또 WTI(West Texas Intermediate) 유가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로 세계 유가변동의 기준이 되는 미국의 대표적인 원유이다. 현재 국제 석유 현물 및 선물시장에서는 북해산 브렌트유와 중동산 두바이유 및 미국산 WTI가 기준 가격 원유로 통용되고 있다. WTI가 2017년 말 현재 배럴당 60.420달러였는데 5월 17일 현재 71.49달러로 전년대비 18.32% 상승했다. 지난번 이란의 핵합의 탈퇴 여파다.

한국 CDS와 미국 WTI 유가를 보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치와 경제는 분리할 수 없는 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다. 그것은 6월 13일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다. 작년 중앙권력의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권력의 향배를 결정한다. 지방행정부와 지방교육 행정부를 결정하고 지방의회를 결정한다. 정말 중요하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은 자신의 인물 됨됨이를 자랑하며 수많은 공약을 쏟아내며 주변의 사람들에게 표를 달라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50보 100보’의 가족사를 피차 들먹이고 있다.

네거티브 공세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인물인가, 공약인가, 관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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