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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소비가 곧 행복입니다”(사)소비자시민모임 안산 공정옥 대표
김석일 기자 | 승인 2018.05.23 10:17
(사)소비자시민모임 안산 공정옥 대표.

그저 평범한 4남매의 한 주부가 원곡동 유통상가에 위치한 사무실을 우연히 방문하게 됐다. 그런데 그곳에서 한 젊은 새댁이 가구를 잘못 구매했다면서 상심 끝에 울음을 터뜨렸다. 이유인즉슨 신혼여행 후 돌아와 보니 배달된 가구에 적잖은 흠집이 나 있었던 것. 적금까지 깨서 손에 얻은 고가(560만원 상당)의 가구여서 구매업체에 교환을 요청했지만 교환은 커녕 AS 수준도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게 눈물의 원인이었다. 이 광경을 본 주부는 의협심이 발동했다. 자녀의 학교에서도 어머니회 활동과 운영위원장 등을 경험한 그녀였기에 어떻게 하면 이 어린 새댁을 도울 수 있을까 궁리했다. 그녀는 책상에 놓은 전화번호부를 갑자기 뒤지기 시작했다.가구 대리점에 전화를 하는 것보다 본사에 연락하는 것이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본사 사장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비서와 실랑이를 벌였다. 운이 좋게도 사장이 우연히 비서와의 통화를 듣고는 직접 통화가 이뤄졌다. 당시 꽤 큰 가구 브랜드였기에 사장과 직접 통화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주부는 새댁이 겪은 일을 세세히 설명한 뒤 자신이 소비자단체에서 몸담고 있음을 덧붙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떨렸지만 과감하게 반품이나 교환을 요구했다. 설득 끝에 사장은 교환이나 환불을 약속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댁은 고가의 가구대금을 돌려받았다. 이 상황은 ‘(사)소비자시민모임 안산’ 공정옥 대표가 훗날 약 20년 이상 안산지역에서 소비자 단체를 이끌게 된 계기가 된 일이다. 2018년 ‘10만 건물 상가 에너지 절약사업’을 새롭게 전개하고 있는 공정옥 대표(1950년생)를 만나 현명한 소비는 어떤 소비인지에 대해 들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안산지역에서 소비자를 대표해 다양한 권익신장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소비자시민모임 안산을 이끌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과거 반월신협에 이건우 이사장이란 분이 계셨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분인데 당시 서울대 출신으로 신협을 전국 25개로 확장한 장본인이다. 선견지명이 있어 일본과 교환학생 사업까지 추진한 인물로 환경운동에도 관심이 많았었다.

바로 그 분이 소비자시민모임 운영위원장을 맡고 계셨다. 그리고 그 시점에 나의 남편이 신협 임원이었다. 그렇게 이사장과 인연을 이어오던 중 당시 지부장이었던 소시모 지부장이 학교로 발령이 났다. 이후 상당 시일(약 1년) 지부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소시모가 존폐위기에 놓였다.

결국 1995년 내가 지부장을 맡게 됐다.

이제는 꼬리(소비자)가 몸통(기업)을 흔드는 소비시대

이윤만 추구하는 윤리를 저버리는 기업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

                     

식당에 가서 100g 단위 가격 볼 때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난다

올해 '10만 건물 상가 에너지 절약' 신규사업으로 전개

▶20여 년 이상 소비자 단체를 이끌어 오면서 기억에 남은 활동이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이상하게도 난 소비자들이 써 놓은 상담이야기가 만화책보다 재미있었다. 별별 사연들이 다 적혀 있었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상담장을 읽었다. 하루는 가족들이 나와 연락이 되지 않자, 사고를 우려해 병원 응급실에까지 전화로 소재를 확인한 일 있다. 7시 간 상담장을 보다 결국 사무실로 전화가 와서 가족들이 안심했던 기억이 있다.

오랜 시절 많은 소비자 권익신장 활동을 해왔지만 주유소에 일일이 방문해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일이 제일 많이 생각난다. “당신들 뭐냐? 왜 우리 주유소에 와서 둘러보냐?”면서 쫓겨나다 시피 했던 일들. 처음에는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싶었다. 공무원조차 동행을 거부하며 우리의 활동을 돕지 않았다.

2012년부터 친절도, 안전, 주변 환경상태, 가격, 위생 등 체계적인 조사가 실시되면서부터 주유소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코를 찌르는 악취 화장실도 우리가 다녀간 뒤부터는 클린 화장실이 되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베스트 주유소다. 무차별 융단 폭격 식의 비난도 받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우리는 해냈다.

▶그 동안 많은 소비자 활동을 펼치면서 이룬 성과 중 가장 높게 평가할 만한 결과물은 무엇인가?

지금 전국 어느 식당이나 고기를 주문할 때 가격이 100g 단위로 표시돼 있다. 바로 100g 당 가격 정량제 표시를 전국적으로 정착시킨 장본인이 바로 우리 (사)소비자시민모임 안산지부다. 과거에는 식당마다 180g, 200g, 130g 등 자기 마음대로 가격을 책정해 메뉴판이나 식당 벽에 붙였다.

그러다 보니 고기의 양도 일정하지 않고, 가격도 식당마다 다 크게 달라서 소비자들의 혼돈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6년의 조사 끝에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 2006년 고기정량 조사를 시작한 뒤 약 7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지금은 모두 100g 단위로 가격을 표기한다. 식당에 가서 이 표기 방식을 볼 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난다.

 

한대앞역 상점가 상인회와의 10만 건물 에너지절약 협약식.

▶베스트 주유소, 고기 정량 조사를 통한 착한 정육점 등 시민들의 소비활동에 있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해마다 이어가고 있는 소시모의 프로그램과 올해 시작하는 역점사업을 소개해 달라.

전국 최초로 ‘에너지 안전강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4년째다. 양성과정을 수료한 강사들은 일반 학부모나 주부들로 학교에 파견돼 초등학생들에게 에너지 전문지식을 전달한다. 이 과정은 정원이 20명으로 안산시청 녹색에너지과와 연계해 실시하고 있다.

에너지 안전강사들은 기존의 에너지 절약에 집중했던 교육에서 탈피해 안전에 초점을 맞춰 교육 중이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사업으로 ‘10만 건물 상가 에너지 절약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 내 진양빌딩에 입점해 있는 상가들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가령 손님이 없을 때 전원끄기, 냉장고 빨리 여닫기 등 조금만 신경 쓰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상가에 접목시킨 사업이다. 향후 ‘한대앞역 상점가 상인회(회장 손인혁)’와 협약을 통해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학교에너지 안전교육

▶최근 라돈 침대 사태로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가 또 다시 들끓은 사실이 있다. (사)소비자시민모임 안산의 대표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은?

소비자는 ‘봉’이라는 구 시대적 판매의식이 문제다. 젊은 소비자를 보라. 가격이나 브랜드보다 편의성을 중시한다. 그만큼 소비패턴은 급변하고 있다. 몸통이 꼬리를 지배하는 시대는 물 건너 갔다. 이제는 꼬리(소비자)가 몸통(기업)을 흔든다.

소비자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데 이윤만 추구하는 윤리를 저버리는 기업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 진솔한 기업, 신뢰받는 기업만이 존재하는 시대다. 이번 라돈침대 사태를 보면서 아직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기업들이 없어지지 않았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공정옥 대표에게 현명한 소비와 잘못된 소비는 어떤 소비인가?

현명한 소비는 곧 ‘행복’과 직결된다.

가장 잘못된 소비는 충동구매다. 카드 할부를 저질로 놓고 매달 할부금을 갚는 행위는 올바른 소비가 아니다. 의외로 어린 소비자보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이러한 충동구매가 자주 발생한다. 의사, 교수 등 전문직들까지도 보이스피싱이나 얕은 상술에 넘어가 장기간 할부금을 지불하는 사례를 수십 차례 보아왔다.

결국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가정불화나 재정악화를 초래한다. 불행해지는 것이다. 현명한 소비가 행복과 직결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지갑을 열기 전 계획에 의한 소비가 가장 현명한 소비다.

꼭 필요한 물품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 구매량도 최소화하는 구매 패턴을 몸에 익히면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크기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구매시기도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는 급하면 안 된다. 성급한 구매를 자제해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구매찬스일 것 같지만 내일이면 더 좋고 저렴한 제품이 쏟아져 나올 때가 더 많다.

소정대 49기 수료식.

▶(사)소비자시민모임 안산 부설 소비자평생교육원에서 운영 중인 소비자정보대학에 몸담고 싶은 시민들은 어떻게 하면 되나?

소비자정보대학은 1998년 안산시민을 대상으로 소비자의 알 권리와 권익신장에 도움을 주고자 개설됐다. 2007년 평생교육원으로 인가를 받은 후 올해 5월 24일 50기가 개강했다. 총 12주 과정으로 오는 8월 9일 수료식이 열릴 예정이다.

‘(사)소비자시민모임 안산’은 상록구 이동 715-7번지 진성프라자 4층에 위치해 있으며, 누구에게나 항상 문이 열려 있다. 실제 피해사례와 소비자 보호법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 대학 동아리처럼 운영된다. 현재 50기 과정 중으로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 과정을 수료한 뒤에는 현명한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031-482-9898)

 

 

김석일 기자  mo3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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